제 19회 대전대학교 전국 고교생 지산문학상 장원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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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집

만 개의 이빨은 붉게 물든 철제 문을 우물거리고 있다. 해가 천천히 지고 있다. 붉은 빛이 집 안을 적신다. 피부가 축축하다. 황혼이 짙어질수록 빗줄기도 거세진다. 달팽이들은 사육장에서 기어나와, 문틈으로 파고든다. 뒤틀린 껍질은 아슬아슬하게 늘어진다. 달팽이들은 황혼 무렵이면 달을 맞을 준비로 기어나온다. 깜깜한 대기 속에서 기지개를 피듯, 더듬이를 내민다. 나는 멀리서 다가오는 밤을 응시한다. 나는 붉게 가라앉는 해를 바라보며, 천천히 이불 속으로 파고든다.

“애물단지 같은 년.”
해가 졌다. 깜깜하다. 밤이 찾아들었다. 무언가가 얼굴을 훑고 있었다. 잔뜩 구부러진 발음과 술냄새 짙은 입김. 축축하고, 눅눅한 입김이 얼굴을 훑어내고, 계속되는 불분명한 발음의 욕설은 귀와 명치를 짓이겼다. 나는 눈을 더욱 세게 감았다. 부들부들한 이불이 목덜미를 스친다. 빗소리가 뒤섞인다. 다리의 통증이 심해진다. 이불로 감싼 다리에, 갑작스런 충격이 잇달아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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