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소설가/무라카미 하루키
- 최초 등록일
- 2023.02.16
- 최종 저작일
- 20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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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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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나는 소설을 쓰는 한편으로 지금까지 삼십여 년 동안 적극적으로 영미 문학 번역을 해왔지만, 처음 한동안은 반발이 상당히 심했습니다. '번역이란 아마추어가 손댈 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다' '소설가가 번역이라니, 민폐 끼치는 취미다'라는 식으로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소설가는 많은 경우, 자신의 의식 속에 있는 것을 '스토리'라는 형태로 치환해서 표현하려고 합니다. 원래 있었던 형태와 거기서 생겨난 새로운 형태 사이의 '낙차'를 통해서, 그 낙차의 다이너미즘을 사다리처럼 이용해서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건 상당히 멀리 에둘러 가는, 손이 많이 가는 작업입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오랜 세월 지겨운 줄도 모르고(라고 할까) 소설을 지속적으로 써내는 작가들에 대해 한결같은 경의를 품고 있습니다. 이십 년 삼십 년에 걸쳐 직업적인 소설가로 활약하고 혹은 살아 남아서 각자 일정한 수의 독자를 획득한 사람에게는 소설가로서의 뭔가 남다르게 강한 핵 같은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소설을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내적인 충동, 장기간에 걸친 고독한 작업을 버텨내는 강인한 인내력. 이건 소설가라는 직업인의 자질이자 자격이라고 딱 잘라 말해버려도 무방할 것입니다.
소설 한 편을 쓰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뛰어난 소설 한 편을 써내는 것도 사람에 따라서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간단한 일이라고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못할 것도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소설을 지속적으로 써낸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하려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특별한 자격 같은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건 아마도 '재능'과는 좀 다른 것이겠지요.
자, 그런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그걸 분간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대답은 한 가지. 실제로 물에 뛰어들어 과연 떠오르는지 가라앉는지 지켜보는 수 밖에 없습니다. 난폭한 말이지만 인생이란 원래 그런 식으로 생겨 먹은 모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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