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공연 감상문] 2003 동서음악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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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음악과 서양음악. 이 두 음악은, 본질적으로 인간들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추구한다는 성질이 같지만, 그 세부적인 구성 요소는 매우 다르다. 예를 들어, 악기의 사용이라던지 음계와 리듬 등에서 동양과 서양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 많은 차이가 나는 것들을 한데 어우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지난주에 내가 다녀온 한국 정악원의 '동서 음악의 만남' 이라는 연주회 역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동양음악과 서양음악의 조화를 꾀한 음악회였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퓨전' 형식의 음악을 그다지 달가워 하지 않는다. 물론 새로운 음악세계를 일구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퓨전에 대한 도전은 매우 훌륭한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서로 다른점이 눈에 띄게 확연한 것들을 한데 어우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그러한 시도가 어설프게 이루어지면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 연주회의 첫 번째 곡은 17현의 가야금과 하프를 위한 시계탑, 이라는 곡이었다. 황병기 선생님의 곡 답게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 흔적이 보였다. 가야금의 소리도 물론 좋았지만 하프의 부드러운 선율은 가야금보다 공명이 매우 좋아서 가슴을 뭔가 공허하게 울리는 맛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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