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랜덤채팅에서 만났던 그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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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연말이 다가오는 날이었다. 가뜩이나 20대의 끝무렵인데 남자친구 없이 크리스마스를 며칠 전에 보냈던 터라 우울한 마음이 극에 달했다. 쓸데없이 핸드폰을 뒤적거리다 랜덤채팅어플을 발견하고 깔아보았다. 사용법은 간단했다. 그냥 채팅하기 메뉴를 누르면 랜덤으로 대화상대와 매칭이 되고 채팅이 시작되는 구조였다. 누구를 정하거나 어떤 방제를 보고 방에 들어가는 식이 아닌, 그야말로 랜덤으로 상대와 매칭되기 때문에 상대가 남자인지 여잔지, 몇 살인지, 어디 사는지 하나도 정보가 없었다. 그래서 더욱 호기심이 돋았고 누가 걸릴까 하는 뽑기하는 기분도 들어 흥미가 생겼다. 그렇게 킥킥거리며 여러 사람들과 영양가 없는 채팅을 주고 받다가 어떤 놈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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