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받는 농사 매뉴얼
- 최초 등록일
- 2021.05.19
- 최종 저작일
- 20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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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시골에서 태어난 나는 할머니와 어머니를 따라 밭에 다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작은 손으로 왼손에 콩알을 듬뿍 거머쥐고 오른손에는 호미를 들고 구덩이를 파서 콩알을 서너알씩 넣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꾸만 더 많은 콩알이 구덩이에 떨어져 몇 번이고 다시 꺼내 숫자를 다시 헤아린 다음 다시 넣기를 반복했다. 지금도 생각이 나는 걸 보면 어렵기도 했지만 나름 재미가 있었던 일이 었다. 풀이 나면 풀을 뽑고, 쓰러지면 세우고, 병에 걸리면 속수무책인 농사일이 힘든 일이었던 것 같다. 한 해 농사를 마무리 짓는 가을이 되면 할머니와 어머니의 손이 바빠졌다. 갖가지 씨앗들을 깨끗하게 갈무리해서 어떤 것은 키질을 하고 어떤 것은 채로 걸러내서 새하얀 자루에 담아 광에 가지런히 넣는다. 옥수수와 수수는 거꾸로 매달아 처마 밑에 매달아 두시기를 여러 해, 아무리 배가 고파도 처마 밑 옥수수에는 손을 댈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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