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란무엇인가-비극의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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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정의를 넘어선 세계에 대한 상기와 함께 비극이 되풀이 보여주는 것은 인간존재의 근원적인 취약성이다. 바로 어제까지 티베의 왕자이자 영웅이던 오이디푸스는 어이없는 죄 값으로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는다. 적대적인 제신들의 분노를 사서 몰락하는가 하면 가문에 내린 저주로 말미암아 파멸의 길을 가기도 한다. 때로는 강력한 적수의 손에서 고통을 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기 자신의 터무니없는 취약성으로 말미암아 부서지기도 한다. 하지만 오이디푸스는 파괴적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떠맡으면서 영웅적인 고통과 깨달음을 동시에 성취한다. 그 어느 순간에 있어서도 그가 비열해지고 왜소해지는 법은 없다. 고전 비극에서도 근대 비극에서도 우리는 언제나 파국과 재앙에 노출되어 있는 인간존재의 취약성과 마주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취약성의 국면만이 강조되어 있다면 비극의 본령인 숭고한 비장미는 그 설 자리가 위태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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