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소설]원생몽유록[1]
- 최초 등록일
- 2012.12.14
- 최종 저작일
- 20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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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원생몽유록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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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원자허(元子虛)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강개한 선비로 기개가 몹시 높아 세상에서 용납되지 못했으므로 여러 번이나 나은(羅隱)1)의 슬픔을 품었으며 원헌(原憲)2)의 가난을 견지지 못해서 아침이면 나가서 밭을 갈고, 저물면 돌아와서 옛 사람의 글을 읽되 바람벽을 뚫어서 이웃집 등불 빛을 이끌기도 하였거니와 주머니 속에 반딧불을 넣어서 작은 빛을 빌리기도 하는 등 갖은 방법을 다 시험했다. 그는 일찍이 옛 역사책을 읽다가 역대 중에 나라가 망하려 하여 운명이 다하고 세력이 꺾이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책장을 덭고 흐느껴 울지 않을 적이 없었다. 그는 마치 자신이 그 시대를 만나서 그들이 이렇게 위급한 것을 보고도 힘이 모자라서 구출하지 못하는 듯싶었다.
팔월 달 어는 날 저녁이었다. 그는 달빛을 따라 책을 뒤적거리다가 밤이 이슥해지자 심신이 피로해서 책상에 의지하여 소르르 잠이 들고 말았다. 별안간 몸이 가벼이 떠오르며 아득한 위로 너울너울 날았다. 그는 온 몸이 차가운 바람을 타고 치솟은 듯도 하고, 날개가 돋혀서 신선이 된 것도 같았다. 그가 가다가 한 곳에 머무른즉 강 언덕 위였다. 긴 강은 둘러 흐르고 모든 메는 어지러이 솟아 있었다. 때는 벌써 밤이 깊었는데 모든 소리는 숨을 죽이고 고요했다. 달빛은 낮처럼 밝으며, 물빛은 깊은 편 듯하고 바람은 갈잎을 울리고 ,이슬은 단풍 숲에 뚜욱뚜욱 떨어지곤 했다. 그는 수심겨이 눈을 들어 보되 마치 천년의 불평한 기개를 품은 듯 싶었다. 그는 그제야 휘하고 긴 휘파람 소리를 내며 시 일절을 읊었다.
원한은 사무쳐서 강물마저 예지 않고
갈꽃도 단풍잎도 우수수 우는고나
이곳은 분명히 장사3)의 언덕이라.
달빛은 희밝은데 임은 어디 거니나뇨.
<중 략>
바람은 쓸쓸하여 잎 지고 물결 찰 제
칼 안고 긴 파람에 북두성은 기울었네
살아서는 충의하고 싀어선 굳센 혼을
내 금량이 어떻더뇨 강 속에 둥근 달이
시작이 잘못이라 썩은 선비 책지 마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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