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싶은 유산, 버릴 수 없는 유산

목차

버리고 싶은 유산, 버릴 수 없는 유산
1.‘말하기’가 서툰 사람들
2. 한자의 매력과 약점
3. 한자를 유혹하는 한글체계
4. 한글 전용은 한국어의 모범적 서기체계
5. 한글 표기가 익숙한 세대들
6. 한자가 가지고 있는 표의성의 한계
7. 한글과 한자의 상호의존성

본문내용

한글 전용을 주장하는 이들은 죄다 초등학교에서 한자를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견해와 한자 혼용을 주장하는 이들은 예외 없이 초등학교에서부터 한자를 가르쳐야 한다는 서기체계에 대한 두 견해는 그대로 교육문제에 투영되었다.
‘말하기’가 서툰 사람들
서양과 우리나라의 언어교육은 크게 다른 점을 가지고 있다 대학입학 시험에 논술이라는 과목이 포함된 뒤로 글 쓰기 교육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지는 하지만 우리 사회의 토론문화에 대한 것, 흔히 지적되듯이 우리 국어교육은 말하기와 글쓰기를 등한시한다는 것이다. 유럽의 텔레비전은 우리의 경우보다 토론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일이 훨씬 더 잦은데, 출연자들이 대개 다 청산유수의 달변이다. 거기에 견주어 한국인들은 공적인 자리에서 말이 무척 서툰 것 같다. 그것은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한 데 큰 이유가 있겠지만, 능변을 덕성으로 치지 않는 우리 문화 탓도 있는 듯하다. 신문이나 잡지의 인터뷰에서 그럴 듯하게 말을 하는 것 같았던 정치인들이 막상 텔레비전에 출현해 쏟아놓는 그 바보 같은 외마디소리들을 생각해보라. 사실 점잔을 빼고 말을 돌려 하다 보면, 논점이 흐려지고 결국 ‘좋은 게 좋은 것’이 되기 십상이다.
한자의 매력과 약점
한자 역시 다른 모든 문자체계처럼 음성언어의 그림자일 뿐이지만, 한자의 이 독특한 발달과정은 한자 하나하나가 실물이라는 환각을 때때로 불러일으킨다. 한자는 모든 문자체계 가운데 글자 수가 가장 많은 기호체계이고, 그 진화와 생성의 과정이 가장 길었던 체계다. 진화/생성은 주로 형성을 통해서, 그러니까 뜻을 나타내는 부분과 소리를 나타내는 부분의 결합을 통해서 이루어져왔고 앞으로도 진행될 것이다. 화학원소를 의미하는 백여 개의 새로운 한자가 만들어진 것은 20세기 들어서다 그 모두가 형성자였다.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이런저런 속자(俗子)들 수많은 이체자(二諦字)의 존재. 중국 바깥에서 만들어진 한국제 한자와 일본제 한자의 존재. 대한해협 양쪽의 두 나라에서 지금도 부분적으로 한자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바로 이 외국제 한자의 존재가 한자를 중국만의 것이 아니게 만든다. 한국에 차용되고 상당수가 중국으로 역수출된 이 일본제 한자어의 존재는, 중국 글자인 한자를 일본의 글자로도 만들고, 한국의 글자로도 만든다.

참고 자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