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회 서울여자대학교 전국 여고생 백일장 차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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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바퀴

풀벌레가 적막을 긁어낸다
늙은 플라타너스 아래
버져진 자동차 바퀴 위로
냉기가 까맣게 퇴적되어 있다
먼지나는 공터 위로
바퀴의 고무냄새가 굴러간다

플라타너스의 줄기에 매달려 있던
낡은 자동차 바퀴
어린 나는 낡은 바퀴에 한참을
올라 앉아 있었다
동그란 구멍 사이로 몸을 구겨 넣으면
할아버지는 핏줄이 파랗게 솟은 손으로
바퀴로 만든 그네를 밀어 주셨다
나는 바퀴를 타고 토막난 웃음들을 뱉어냈다
작은 손에 묻어나던 검댕
손톱 밑을 파고들던 고무냄새
나뭇잎 사이로 바스라지던 햇빛의 분말
양 볼을 내리누르던 태양의 중량감을 기억한다
바람이 목덜미를 쓸고 지나가면
나는 혀로 빛의 분말을 받아먹었다

바퀴는 단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굴러가고
그 사이 수많은 바퀴들은 버려져 간다
버려진 바퀴들은 어디로 굴러간 걸까
바퀴는 어린 날을 굴러와
지금 내 앞에 도착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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