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소설론] 은희경 <짐작과는 다른 일들>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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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서는 짐작과는 다른 일들이 엄청나게 많이 일어난다. 그것들은 오해를 낳고, 싸움도 낳고, 상처도 남긴다. 부딪쳐서 해결하기 보다는 속으로 자기 판단과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짐작과는 맞아떨어지는 일을 만들기 힘들어 지는 게 아닐까.
은희경의 <짐작과는 다른 일들>은 말 그대로 짐작과는 다르게 빠르게 진행된다. 허구헌날 술만 마시던 남편은 이사를 한 날 술에 취해 옛집으로 갔다가 교통 사고로 죽고, 여자는 보험금을 타고, 남편 회사의 배려로 그 회사에 들어가 열심히 일을 하고 - 원래 능력 있는 여자였으나, 주부라는 다른 직업이 있어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듯 - 마침내 맘에 드는 남자가 생겼으나 그 남자와 짐작과는 다르게 헤어져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초점은 헤어진 남자로 넘어가 그 여자가 이혼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작가는 정말 짐작과는 다르게 빠르게 이야기를 전달하며 럭비공같이 튀는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그런 빠른 흐름 속에 은희경은 양념처럼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집어 넣는다. 물론, 양념이기에 그것 없이는 소설이 제 맛을 낼 수가 없다.
이 소설의 또 다른 양념은 바로 특이한 시점인 것 같다. 그와 그녀, 그리고 그녀의 새로운 남자로 초점이 매 장마다 바뀌면서 세 사람 사이에 얽힌 사건의 고리를 각자의 입장에서 새롭게 정리해주는 이 소설은 사랑의 우연성과 삶의 아이러니를 날카롭게 묘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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