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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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아는 얼마 전에 맨허튼에 갔다 온 적이 있다. 영화나 사진 속의 맨허튼은 빌딩이나 공원에 둘러싸여 있고 높고 현란한 전광판, 복잡한 지하철 계단, 야외 분수대 앞의 거리공연이 떠오르겠지만 승아는 반대로 끔찍한 더위, 가로막힌 창문들, 저녁 거리에 쌓여 있는 검은 쓰레기봉투의 냄새, 길고양이들 따위만 떠오른다. 승아는 맨허튼에 가기 위해서 비행기를 열네 시간을 탔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 입국 심사대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민국 공무원은 세 가지 질문했다. 왜? 얼마 동안? 어디에? 승아는 친구를 방문하러 왔고 열흘 동안 그녀의 집에서 지낼 거라고 답했다. 수하물을 찾아 세관을 통과한 승아는 명품 고로가 박힌 선글라스를 썼다. 민영이 게이트에 나와 있었다. 이렇게 시작한 이야기는 토요일, 일요일 하면서 열흘간의 승아와 민영의 이야기를 전해 준다. 승아는 열흘 동안 친구 민영의 집에 있으면서 겪었던 일들을 적었는데 바쁘게 정신없이 사는 민영의 모습을 보며 집을 떠나 여행하면서 느끼는 자아라든지 상대방을 바라보고 이해하는데 한 템포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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