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서평 - 『우연을 길들이다』(이언 해킹 지음)

소개글

이언 해킹의 <우연을 길들이다> 서평입니다.

목차

1. 정상성
2. 과학적 실재
3. 퍼스

본문내용

선거철이면 각종 매체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다. 여론조사 결과는 각 후보의 지지율, 신뢰도, 표본오차를 밝힌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 있다. 여론조사는 어떠한 확정된 것도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가령 A후보의 지지율 55%, B후보의 지지율 45%, 신뢰도 95%, 표본오차 ±3.2%라는 여론조사가 결과가 있다고 하자. 이를 풀어서 말하면 “동일한 여론조사를 100번 하면 그 중 95번은 A후보의 지지율이 51,8~58.2%에서 나오고 B후보의 지지율은 41.8~48.2%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여론조사는 확률적인 근사치를 말할 뿐이다. 고전물리학의 세계가 결정론적인 세계라고 할 때, 이러한 여론조사는 근대과학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확률과 통계는 언제 어떤 계기를 통해 과학에 편입되었을까?
고전 물리학이 현대 물리학으로 전환되면서 일어난 가장 큰 개념적인 변화는 세계가 결정론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 순간에 일어나지 않았다. 19세기에 이미 ‘우연’이라는 개념이 결정론적 세계에 끼어 들 여지가 생겨나고 있었다. 이러한 균열을 일으킨 것은 인간과학이었다. 인간과학은 인간을 생기적·유기체적 개체가 아닌 사회적 구성단위로 간주한다. 생리적 개체인 인간은 물리적 개체와 다른 성격을 갖기는 하지만 결정론적 세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다. 하지만 사회적 구성단위인 인간은 이와 달리 창발적인 성격을 가지며, 이를 바탕으로 한 정상성은 결정론적 세계로 환원되지 않는 비결정론적 세계가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통계는 인간과학과 물리과학의 유사성을 보여주었으며 그 후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언 해킹은 『우연을 길들이다』에서 우연이 과학의 한 부분이 되면서 결정론적 세계가 무너지고 비결정론적 세계가 등장하는 과정을 다루었다. 나는 이 책의 내용을 크게 세 가지 주제로 묶어보았다. ‘정상성’, ‘과학적 실재’, ‘퍼스’가 그것인데, 이 주제들은 『우연을 길들이다』의 내용을 압축적으로 보여줄 뿐 아니라 이언 해킹과 관련된 다른 저작과의 관계도 보여준다. 나는 이 글에서 세 주제를 중심으로 『우연을 길들이다』의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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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해킹, 『우연을 길들이다』, 정혜경 옮김 (바다출판사, 2012).
이언 해킹, 『표상하기와 개입하기』, 이상원 옮김 (한울 아카데미,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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