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최승자 시인의 자화상
- 최초 등록일
- 2007.05.24
- 최종 저작일
- 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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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최승자시인
목차
없음
본문내용
최승자 시인의 첫 시집인 『이 時代의 사랑』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시간 순으로 배열한다면 3부의 작품들이 시집의 맨 앞에 실려야 하겠지만, 가장 늦은 시기의 작품들이 묶여있는 1부의 작품들이 시집의 맨 앞에 실려 있다. 시인은 시집의 첫머리에 1부의 작품들은 시인의 생각대로 묶었음을 밝히고 있다. 시인의 생각대로 묶인 1부의 첫 작품은 <일찌기 나는>이란 시이다. ‘일찌기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로 시작하는 시는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주지 않았으며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첫 작품에서부터 시인은 지독한 자기부정의 의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화가들도 자화상을 그리지만, 시인들도 자화상을 그린다. ‘애비는 종이었다’로 시작하는 서정주 시인의 자화상이라는 시는 자신을 키운 것이 팔할이 바람이었다고 고백하며 자신의 삶의 의지를 보여주고,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이라는 시는 시인의 자기 동정과 자기연민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최승자의 자화상은 자기 자신을 부정하며 시작한다.
‘나는 아무의 제자도 아니며, 누구의 친구도 못 된다.’는 시의 첫 연은 <일찌기 나는>이란 시의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 주지 않았다’라는 구절과 연관성을 가진다. 시인의 자기 부정의식은 타자와의 관계마저 부인하고, 존재의 근원인 부모와의 관계마저 부인한다. 시인은 뼛속 깊이 고아의식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긴 몸뚱어리’와 ‘갈라진 이 혀끝’이란 시어는 뱀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이러한 뱀의 이미지는 2연에 언급한 ‘어느 아침’ 원죄를 저지른 아담과 이브의 이미지와 맞물린다. 이렇게 원죄의 이데올로기가 여성에게 뒤집어 씌워지는 것은 여성 화자인 시인이 자기 자신을 어둠으로 인식하게 하고 자신을 슬픔의 이미지와 연관 지으며, 햇빛 속에 눈부신 천상의 사람들과 구분 지으며, 슬픔의 독이 전신에 발효하길 기다릴 뿐이라는 자기 부정의 시발점이 되지 않았을까?
참고 자료
『이 時代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