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문]No man`s Land - 발칸 유럽, 보스니아 세르비아 관련 영화

소개글

흔치 않은 영화의 감상문, 하지만 발칸유럽이나 보스니아, 세르비아 관련 수업을 듣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감상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영화 자체도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은 영화인데다가 그쪽 지역에 관련된 영화 자체가 별로 없으니까요. 클릭~ (4페이지라고 나와있지만 내용만으로 5페이지가 가득 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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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전쟁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워낙에 남성적인 것을 좋아하고 불타오르는 열정이라든지 위험을 헤치고 자라나는 형제애 같은 것을 숭배하기에 그런 것이겠거니, 남들이 이를 마초이즘이라고 뭐라 하는 이도 있지만 일상생활과는 연결점이 없는 작품 감상의 취향일 뿐이다. 영화가 시작될 때, 어두운 늪지에서 담배를 나누어 피우며 자신들의 운명에 대해서 논하는 장면이 나오자 나는 흥분하기 시작했다. 보통 전쟁영화라고 하면 우리나라의 민족애를 다룬 작품이나 미국의 미국우월주의를 담은 작품들이 대개였으므로, 들어보기는 했으나 작품으로는 접한 적 없는 전쟁 영화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전쟁 영화라면 죽음이나 죽임에 대한 치밀한 묘사보다는 그 내면에 담겨있는 혼을 잘 묘사할수록 명작이라 칭한다. 과연 이 영화는 어떤 색깔의 혼으로 내 심금을 자극할지 궁금한 마음을 부여잡고 영화에 집중했다.

보통 적군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가운데 타이밍을 재는 연기에서 박진감을 느끼는 반면, 이 영화는 인간과 인간, 단체와 단체 사이의 미묘한 파워 게임에서 박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 전개를 이끌고 나가는 보스니아 병사와 세르비아 병사간의 쫒고 쫒기는 갈등은 다른 영화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매력이고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했다. 누가 먼저 전쟁을 시작했냐고 따지면서 총을 들이대는 장면에서, 짧게는 동네 주먹싸움 후 누가 선방을 날렸냐고 또다시 언성을 높이는 장면이 떠올랐고, 길게는 한국전이 남침인지 북침인지 왈가왈부 하면서 그 이상의 단계를 밟지 못하던 과거 남북관계가 떠오르기도 했다. 경제적 우월성과 세계 여론의 후광을 등에 업고 외교적 파워게임을 장악하려던 미국 혹은 우리나라에 북한이 핵으로 대응하는 것처럼,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다가 결국엔 둘 다 죽고 나서야 결말이 나는 슬픈 이야기. 먼저 총을 들이대기 전에 협상을 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까? 아니, 같은 여자를 안다는 장면에서 “앞으로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그땐 총부리를 겨누겠지”와 같은 적의가 담긴 단어를 내뱉지 않았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까? 그 해결책을 찾으려 아무리 고민을 해 보았어도, 초등학교 교사가 싸운 학생들에게 던지는 한심한 한마디만이 떠오를 뿐이었다. “둘 다 똑같은 놈들이고 둘 다 잘못했어.” 갈등 해결보다는 우월적 입장에 서서 양자를 억누르기만 할 뿐인 회피적인 사고방식, 결국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억지로 악수를 하고 ‘사이좋게 지내자’라는 말을 하겠지. 세르비아, 보스니아의 상태를 보고 그 답을 구할 수 없다면, 남북간의 갈등에 있어서 고민을 해봐도 별다른 답은 나오지 않지 않을까. 더 생각하면 영화에 집중하지 못하리라, 생각하면서 다시 회피하는 한심한 내 자신이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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