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고양이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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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부탁해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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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스무살이란 나이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이름인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나 청소년기에는 부모라는 커다란 울타리가 버팀목이 되어 의지가 되지만, 막상 스무살이란 청소년기의 딱지를 떼고 성인으로서의 길을 걸어가면 더 이상 부모에 대한 의존 가치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어리광도 부리고 땡강도 놓을 수 있는 나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한 성인의 모습도 아닌 어중간히 보여지기 때문이다
세상이란 존재는 뭘까? 언제까지 나의 삶을 맡기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장소가 되는 걸까? 아니 그런 장소가 과연 있기는 있는 걸까? 단 하나의 희망도 웃음도 없는 이런 곳이 그토록 우리가 기다리던 세상의 한 모습이었던 것일까? 부모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세상이 날 기다려 줄줄 알았는데 지금 내 앞에서 더 커다랗고 무서운 모습으로 날 바라보는 건 뭘까? 내가 진정으로 가야할 길은 과연 어디인가?

노량진에서 단과 학원을 다니며 재수공부를 하고 있었던 나의 스무살. 그 때 유일한 나의 고민은 수능시험을 잘 봐서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편한 고민이었던 것 같다. 당시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나름대로 거창한 희망사항을 얘기했지만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해야 하는 고민은 많지 않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재능이 있는지, 사회나 가정에서 받는 제약은 없는지, 돈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은지… 뭐 이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시험을 잘 봐서 좋은 대학, 인지도가 높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나의 꿈을 실현시키는 데 한 걸음 내딛는 거라 생각을 하면서 정말 그 꿈을 이루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일단은 재껴두는 것이다. 제도 교육이란 참 편한 것 같다. 대부분 사람들의 목표를 하나로 정해주고, 사람들은 그것만 신경 쓰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언젠가 내 꿈을 이룰 것이라는 목표에서 ‘언젠가’를 결정하는 일을 자꾸 뒤로 미루는 것이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그리고 대학교로 혹은 대학원까지. 그러면서 점점 현실과 타협하고 많은 다른 사람들이 걷는 길을 답습하면서 살아간다.

수선스럽게 수다를 떨며 시끌벅적 사진을 찍어대는 다섯 명의 여고생. 낙엽이 굴러도 웃는다는 십대 후반의 소녀들. 영화는 그녀들의 웃음 가득한 밝음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잠시의 웃음 뒤에는 회색 도시의 차가운 색채, 그리고 귓가에는 기계의 쇠 소리같이 들리는 모던한 음악이 흐른다. 그리고 졸업 후 이 여고생들의 생활모습이 한 면 한 면 채워져 나간다. 졸업 후 이 여고생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잠깐 비쳤던 여고시절의 환한 기억과는 완전히 단절되고 분리된 세상임을 보여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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