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가부장제를 위한 아름다운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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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수(설경구)는 아파트 단지 내 은행 대리이다. 어느 날 출근길에 지하철 정전 사고로 1시간 동안이나 전철 속에 갇힌다. 전철 실내등이 꺼지고 어둠 속에 여기저기에서 켜지는, 핸드폰의 연두색 액정 화면들. 그건 마치 시냇가를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를 닮았는데, 핸드폰을 켜든 사람들은 직장으로, 애인에게, 또는 누구에겐가 전화를 건다. 그러나 봉수는 핸드폰을 켜들고 전화를 걸 그 누군가가 없다. 그는 깨닫는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봉수가 근무하는 은행 길 건너에 보습학원 강사 원주(전도연)이 일하고 있다. 아니, 일하고 있다기 보다는 봉수를 매일같이 보기 위해서 있다. 실속 없이 짝사랑만 해오던 원주는 여러 방법으로 봉수에게 접근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은행 창구에 가서 봉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해보지만 무심한 그는 보기 좋게 딱지를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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