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시지각과 진화
2. 그림과 ‘움직이는 그림’
3. 그림과 현실
4. 분산집합과 디지털 가상
본문내용
감각은 진화의 산물이다. 유기체가 그 자신이 처한 생태환경에 적응하고 또 성공적으로 번식 하기 위해서는 외부세계에 대한 신뢰할만한 정보를 필요로 한다. 어떤 동물에게는 있거나 없 는, 비교적 예민하게 발달되어 있거나 그렇지 못한, 혹은 다양하게 협업하거나 소수 감각에만 의존하게 되는 시각과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은 따라서 이러한 정보수용의 능률을 높이기 위 한 센서인 셈이다.
영장류에서 시각영역은 특히 발달한 기관인데, 스티븐 핑커에 따르면 뇌에서 평균 절반 이 상을 차지한다. 인간의 경우 다른 영장류에 비해 1차 시각피질 자체의 크기는 다소 줄었지만 수용된 시지각 정보를 언어기능과 신중한 계획수립, 사회적 행동 등 영역으로 통합시키는 전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의 크기가 대폭 확대되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개량이 우리로 하여금 7살 난 아이가 그린 가족의 모습에서 엄마와 아빠를 구분하고, 또 휘갈긴 빨강색 더미를 태양 으로 인식하도록 이끈다. 즉 인간은 현실이 아닌 것을 현실세계의 대상물로 파악할 수 있는 인지모듈을 가지고 있다. 그림을 실제의 묘사로 보는 능력은 학습되는 것이 아니라 선천적인 것이며, 오늘날 뉴기니의 고립된 고지대 주민들은 사진을 단순히 얼룩진 회색 종이로 취급하 지 않고 실제로 그 속에 담긴 사물들을 본다.
지속적인 선택압의 작용으로 인간의 시지각은 “물질은 응집력이 있고, 표면은 균일한 색을 갖고 있으며, 사물들은 함부로 이상하고 혼란스럽게 배열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2) 이는 인 류가 수백만 년의 진화의 역사를 거치는 동안의 그 ‘비교적 짧은’ 시기에도 세계가 평균적 형 태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물체의 표면에서 반사된 빛 입자는 안구의 수정체를 통과해 간상 체와 원추체를 자극함으로써 우리의 시각경험을 구성한다. 그리고 이렇게 수용된 정보 경험은 단순히 환상이 아니라, 이 세계에서 충분히 신뢰할만한 경험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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