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지배하는 물질 - 이근삼의 「원고지」를 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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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부턴가 우리들이 사는 사회는 물질이 모두가 되어버린 사회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생필품은 싸구려가 잘 팔리고 사치품은 값비싼 것이 잘 팔리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들이 살아가는데 생필품이 없으면 매우 불편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사치품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고 느끼는 게 요즘이다. 이런 물질만능주의는 인간을 물질보다 값싼 것으로 가격을 매긴다. 물질을 만든 것이 인간임에도 인간들은 자신들이 만든 물질이라는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근삼의 소설 「원고지」는 물질만능주의로 가득 찬 가족이라는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아버지상을 그리고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아버지는 번역 일을 하는 교수이다. 가족들은 교수인 아버지가 등장하기 전까지 그를 존경하고 사랑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등장하면 그 존경과 사랑의 대상이 ‘아버지’가 아닌 ‘번역 일로 돈을 버는 아버지’가 된다. 그리고 아버지는 방안의 시계만도 못한 존재로 치부된다. 가족들은 남부럽지 않은 집에 남부럽지 않은 옷을 입고 있다. 반면에 아버지는 허리에는 쇠사슬을, 손에는 낡은 가방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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