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글에서 다룰 실비아 네이사의 『뷰티풀 마인드』(2002)는 경제학자 존 내쉬의 삶을 다룬 전기이다. 내쉬는 불과 21살에 게임이론을 창시하였고 그것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현대 경제학의 뿌리를 이루었다. 그러나 내쉬는 이후 정신병의 발병으로 모든 사회적인 영광을 잃어버렸다. 그 후 30 여 년 동안의 힘든 투병생활 끝에 마침내 기적적으로 치유되었고 그동안의 경제학적 업적을 인정받아 마침내 199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함으로써 살아있는 신화가 되었다. 그의 뛰어난 학문적 성취와 감동적인 휴먼드라마 이면에는, 유독 특이한 정신세계를 가졌던 그의 불행한 사생활이 감춰져있다. 이 글에서는 그가 타인과 맺는 관계의 양상을 분석함으로써, 현대인들이 사랑을 하는 이유와 목적, 그리고 나아가서는 사랑과 결혼이 사회에서 어떤 위치를 갖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목차
1. 낭만적 사랑의 변화 양상
2. 현대 사회에서 왜곡된 사랑의 모습
2.1 정체성을 찾기 위한 자기만족적 사랑
2.2 세상과의 연결고리로서의 사랑
2.3. 사회적 인식에 대한 순응으로서의 사랑
3. 사랑의 순기능적 측면-진정성 회복과 치유
4. 결론
본문내용
1. 낭만적 사랑의 변화 양상
‘결혼 적령기’라는 말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용어이다. 이것은 일단 결혼을 하기에 적당한 생물학적, 사회적 나이라는 뜻을 나타낸다. 그러나 문자적 의미 외에도 이 용어는 결혼을 절대적인 하나의 기준으로 만들어서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정상으로 분류하는 역할 또한 수행한다. 산업 혁명 이후에 정립된 낭만적 사랑과 결혼의 결합은 개인의 선택권을 토대로 한 낭만적 사랑의 최종적 종착점으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해방적이고 따라서 민주적이다. 즉, 앤소니 기든스의 표현대로 민주적인 것이 개인의 영역에까지 확장되는 단적인 예가 낭만적 사랑의 결과로서의 결혼이다.
핵가족, 대형 공장으로 대표되는 근대의 낭만적 사랑이라는 개념은 ‘결혼’을 통해 스스로를 완결시켰다. 이미 완결이 났으므로, 그 이후의 일은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낭만적 사랑과 결혼의 이상은 여성의 성적인 해방과 자율성의 압력 아래 파편화되었다. 앤소니 기든스, 배영미 외 역, 『현대사회와 성, 사랑, 에로티시즘』, 새물결, 1999, p.107.
전혀 다른 두 개인이 만나서 함께 생활을 영위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주는 환상적 후광을 걷어내면, 육아와 수입, 교육, 가사 등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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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샤는 내쉬의 고통을 개인적이고도 직접적인 자기 문제로 생각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사랑은 이혼 이후에도 지속된 것이다. 즉, 사랑은 제도적 강박에서 벗어나서 그 진정성을 회복할 때만이, 정서적 만족이라는 치유의 기능을 제공해 줄 수 있다. 강박적 틀 속에서 질식되어 버린 사랑의 진정성은 겉으로 보이는 형식이 아니라 그 속의 실천적 측면에 의해 다시 되살아난다. 앤소니 기든스가 제시하는 순수한 관계 pure relationship이라는 개념은 상호공개(mutual disclosure)의 과정을 통해 서만 형성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신뢰는 더 이상 친족, 사회적 의무 또는 전통적 의무 같은 관계 외부의 기준에 기반을 두지 않는다. 순수한 관계는 장기간에 걸쳐 성찰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조동기, Op.cit.
사랑과 결혼이라는 것이 그것이 갖고 있는 낭만적 신화를 넘어서서, 당사자인 두 명의 개인들의 실천적인 헌신과 배려, 그리고 신뢰가 바탕이 될 때에야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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