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일본으로 유학 간 한 조선인 유학생이 조혼한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고국으로 돌아오는 여정 속에 식민지 치하 조선의 현실을 파노라마처럼 제시함으로써 우리 소설의 예외적 성취로 평가받는 「만세전」과, 나혜석의 삶에서 소재를 취한「해바라기」를 비롯하여, 염상섭이 장차 장편소설 작가로서...
염상섭의 「만세전」은 1920년대 소설이다. 1920년대는 낭만주의, 사실주의, 자연주의 등 다양한 사조와 경향의 문학 유파가 등장하던 시기이다. 이 시기 작품인 「만세전」은 자아를 탐구하며 사회와 민중의 삶을 관찰해서 형상화한 소설이기에 사실주의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염상섭은 「만세전」에서 ‘~다. / ~이다.’와 같은 묘사적인 문체를 사용한다. 묘사적인 문체는 다른 문체보다도 사실주의 소설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만세전」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주인공인 이인화가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서술자이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의 특성으로 인해 「만세전」은 생생하고 사실적인 느낌을 주며 주인공의 내면 심리를 파악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하지만 이 시점은 주인공의 주관적 서술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서술의 객관성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만세전」의 서술의 전략은 ‘말하기’이다. 서술자인 이인화가 소설 속에서 자신에 대한 그리고 자신이 관찰한 인물이나 상황에 대한 논평을 제시하는 부분을 통해 소설에 사용된 서술의 전략이 ‘말하기’임을 파악할 수 있다.
1. 작가 소개
횡보 염상섭. 횡보라는 호는 술에 취하면 비뚤하게 걷는 그의 걸음걸이를 보고 친구들이 붙여준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1897년 8월 서울에서 태어난 염상섭은 보성 소학교를 거쳐 일본의 게이오대학에 입학하지만, 독립선언서를 발표하며 시위를 주도했다가 투옥당한다. 후에 다시 한국으로 귀국한 그는 동아일보의 창간과 동시에 정치부 기자가 된다.
<중 략>
2. 줄거리
‘나(이인화)’는 조선에 어린 아들과 아내를 두고 공부하러 일본에 온 유학생이다. 어느 날 나는 경성으로부터 아내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치르던 시험도 그만둔 채 귀국길에 오른다. 동경에서 하관에 도착한 나는 형사에게 검문을 받고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중 략>
3. 주제
수탈당하고 억압받는 조선인의 현실 인식을 시작으로 분노와 적개심을 가지던 그는 일제에 잠식당한 조선의 현실에 놀라기도 한다. 또한 자신의 가족들을 만나고 나서 아직도 전근대적 인식에 머물러 있는 조선의 모습에 분노하고 절망을 내비친다.
줄거리
동경 유학 중인 ‘나’(이인화)는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귀국한다. 귀국하는 배 안에서 ‘나’는 일본인이 조선인을 멸시하는 것을 보면서 분개하게 되고, 조선 민족이 처한 비참한 현실을 인식하게 된다. 조선에 도착해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가는 과정과 고향에서 지내는 중에 ‘나’는 전근대적이고 가부장적인 사고 및 습관에 갇혀 생활하는 조선인의 모습을 보고 답답해한다. ‘나’는 아내의 죽음 또한 구태의연한 인습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구더기가 들끓는 공동묘지와 같은 조선의 현실에서 도망치듯 동경으로 떠난다.
‘만세전’은 염상섭이라는 작가의 작품으로, 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고뇌와 불안 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 이인화는 동경 유학 중 고향 소식을 듣고 귀국하여 아내와 함께 경성역에 도착한다. 역에는 일본 유학생들이 모여 있었고, 그들은 조국 독립을 위해 만세 운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이를 본 이인화는 혼란스러워한다.
1. 작가 염상섭
염상섭(1897-1963)의 생애는 한마디로 고난의 삶이었다. 역경 속에 깃든 강인한 삶의 의지가 곧 그의 문학이었다. 염상섭은 일생동안 470여 편의 글을 썼다. 죽는 그날까지도 그는 창작의 붓을 놓지 않았다. 염상섭은 서울 토박이면서도 서울에 자신의 집 한 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탓하거나 원망해 본적이 없다. 실로 염상섭은 도시의 야인다웠다. 처음서부터 끝까지 야인정신으로 일관한 그의 삶은 난세의식의 작가다웠다.
국민 학교를 다닐 때부터 싹튼 그의 항일 정신은 마침내 대학에 와서는 독립운동으로 폭발했다. 염상섭의 항일 감정은 한일합방이 되자 그의 부친이 군수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비롯되었다. 그의 일관된 반일 감정은 지속적으로 그의 문학 작품에 중요 모티프로 작용했다.
1920년대 ｢페허｣를 창간하면서 문학 활동을 시작한 염상섭은 한국 근대 문학의 문을 열었고, 그 디딤돌이 되었다. 아울러 한국 리얼리즘 문학의 거장으로서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그 빛을 더하고 있다. 염상섭은 당시의 어느 작가보다도 많은 작품을 썼을 뿐만 아니라 누구보다도 당대 사회의 모순과 갈등에 민감했다. 그의 삶의 현장이 도시로 일관되었고, 그의 직업이 정경부 신문 기자였던 점을 아울러 생각하면 이는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따라서 염상섭은 당대 사회 현상과 그 지각 변동에도 남다른 통찰력이 있었다. 그에게 일찍 싹튼 항일 감정이라든가 청년 시절 오사카에서 단독으로 벌인 3ㆍ19독립 시위나 요코하마에서의 노동운동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염상섭은 일생동안 한 번도 당대 사회 현실에서 벗어나 있어 본 일이 없다.
염상섭은 <만세전>에 이어 중‧장편소설 <해바라기>(1923), <너희들은 무엇을 얻었느냐>(1923), <진주는 주었으나>(1925) 등를 ｢동아일보｣에 계속 연재하는 한편 단편소설 <금반지>, <고독>, <윤전기> 등 8편을 발표하였다. 염상섭은 ｢시대일보｣가 보천교와의 내분에 휩싸여 폐간되자 1926년 1월 동경으로 건너갔다.
만세전은 일본 동경에 유학중인 '나' 라는 사람이 부인이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은 후 일본의 식민지인 조선에 돌아가기 위해 배에 몸을 싣는다. 작품 속에서 ‘나’는 부인과 별로 애정이 없어 보인다. 결혼에 대하여 무관심했고, 결혼하라고 해서 한 것같은 느낌이랄까. 어쨌든 지금의 부인이 아프다고 하니 배를 타고 일본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배를타고 조선으로 돌아가는 길에 일본인들이 조선을 비하하고 경멸하는 대화를 엿듣게 되면서 일제 강점기 치하의 억눌린 조선에 대하여 안타까운 현실을 표현할 길 없는 상태로 조선에 가게 된다. 조선은 자신의 모국이면서도 일본의 식민지로 일본에 억눌린 상태가 되었다. 그곳은 아무런 희망이 없는 ‘무덤’과 같은 곳일 뿐, 작중 ‘나’에게는 아무런 희망을 줄 수 없는 나라일 뿐이다. 어찌되든 모국인 조선에 도착한 후에 어른 세대들의 논쟁을 보면서 허무함이라면 허무함이고, 절망이라면 절망인 느낌이 들기에 충분해 보였다.
염상섭의 <만세전>은 1923년에 처음 발표된 중편소설로, 만세 이전인 1918년 겨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만세전>은 주인공인 이인화(나)의 입장에서 1인칭 서술자 시점으로 진행되며, 동경을 떠나 서울로, 그리고 서울에서 다시 동경으로 재출발하는 ‘여로형 구조’를 띠고 있다. 이 일련의 ‘여행 과정’에서, 이인화는 그동안 무지했던 조선의 부정적 현실을 직접 체험하며 그 비참함과 심각성을 뼈져리게 느끼고, 의식의 변화를 겪게 된다.
이인화의 여행은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학기말 고사를 중도에 그만두고 동경을 떠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는 분명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기는 하였으나, 중간에 단골 카페에 들러 여급인 정자를 만나기도 하고, 재킷이나 선물을 사기도 하고, 이발을 하기도 하며 서둘러 동경을 떠나지는 않는다. 부산으로 향하는 배에 오르기 위해 시모노세키로 향하기 전에, 고베에서 여자 친구인 을라를 만나기도 한다. 이렇게 그가 일본을 떠나기 전까지는, 아직 뚜렷한 의식의 변화를 겪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모노세키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배를 타면서부터, 이인화는 검색과 감시를 당하게 된다. 또 배 안에서 식민지인인 조선인을 비하하고, 조롱하며, 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에 대한 대화도 듣게 된다. 이러한 식민지인에 대한 ‘감시와 조롱’이라는 일련의 차별적 행위를 경험하면서, 이인화는 비로소 자신의 ‘망국의 백성이자 식민지인’이라는 사회적 위치를 체감하고, 이전까지는 없었던 일본에 대한 미약한 증오심을 키우게 된다. 즉, 이인화는 일본을 떠나면서부터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체감하고 의식의 변화를 겪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부산에 도착해서 조선의 비참한 현실을 더욱 적극적으로 체감하기 시작한다. 거리에 일본인의 이층집은 가득한데, 좀처럼 조선인들이 사는 집을 찾지 못하면서, 일본인의 풍족한 삶과는 대비되는 식민지인으로서의 조선인의 삶에 대해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주인공 인화의 시점에서 일본은 긍정적인 공간으로, 조선은 부정적인 공간으로 표현되고 있다. 많은 소설에서는 보통, 부정적인 공간에서 갈등이 심화되고 긍정적인 공간으로 나아감으로써 갈등이 해소되는 양상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소설의 경우에는 오히려 긍정의 공간에서 부정의 공간으로, 그리고 다시 긍정의 공간으로 나아가는 다소 특별한 공간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추측해보건대 그것은 작가가 조선의 부정적인 상황을 더욱 부각시키고, 결말에 이르러 공간의 대비되는 상황에 대해 더 깊은 여운을 남기고자 함일 것이다.
염상섭의 <만세전>은 고등학교 때가 기억난다. 조선을 향해 “무덤이다! 구더기가 끓는 무덤이다!” 하고 울부짖는 ‘나’의 모습은 어린 맘에는 퍽 멋있어 보였다. 당시 누구도 대한민국을 무덤이라 부를 수 없었다. 그러나 밤을 새워 외웠던 수학을 언제 배웠냐는 듯 <만세전>도 자연히 잊혀졌다. 그래서 대학교 수업에서 다시 만나 부분 수록이 아닌 전문을 읽는다는 게 조금은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가 이영하는 어느 방송프로그램에 나와 “내 작품이 교과서에 수록되지 않길 바란다. 작품은 전체로 읽히는 것이지, 부분으로 읽히는 것이 아니다.” 라고 말했다. 이영하의 말을 빌리면, 나는 오늘 온전히 염상섭의 <만세전>을 읽은 것이다. 그런데 이번 독서를 통해 과연 한국 근대소설 중 전문이 교과서에 수록될 수 있는 책이 얼마나 될까 싶었다. 이 책은 현대에 들어 다시 토론해봐야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나는 <만세전>을 이해하기 위해선 ‘식민지 시대’의 사회 실정을 충실하게 그리고 있다는 사실 이전에 이 소설에서 ‘나’가 사회의 모습을 기록하는 보도 기자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본다.
염상섭 <만세전> 분석
염상섭 만세전 분석![[독후감] 만세전](https://image4.happycampus.com/Production/thumb212/2023/07/01/data28708941-000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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