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이규보 이전의 문인들은 개인적인 불행과 고통스러움을 시로 짓기는 하였으나 사회의 비리나 불의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시를 지은 적이 없었는데 이러한 사회비판․풍자시도 이규보로부터 개척되어 그 후 문학사에서 꾸준히 이어오는 하나의 조류를 이루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의 농민시에서 볼 수 있듯이 한문학에 우리의 민족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했고, 동명왕편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의 역사를 주체적으로 한문학 속에 녹여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최치원이 우리 한문학의 수준을 중국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사람이라면, 이규보는 중국의 수준으로 끌어올려진 한문학에 우리나라만의 독자적 개성을 표현해 냄으로써 한국 문학사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 큰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겠다.
목차
1. 들어가는 말.
2. 고려후기에 일어난 문학사의 대변동
3. 이규보의 생애와 현실인식측면
4. 현실인식을 통한 민족적, 사회적 문학세계
5. 왜 문학사에서는 이규보를 주목하는가?
6. 보 론
본문내용
고려 후기에 일어나 대사건이라면 누구나들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무신정변과 몽고의 침략이다. 무신정변은 다른 여러 영역에서 많은 변화를 초래하였지만 특히 문학사에서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누군가는 문신 중심이었던 사회가 몰락하였으니 그들이 담당했던 또 그들의 전유물이었던 문학도 역시 몰락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다. 몰락은커녕 문학이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결정적인 사건이라고 해야 맞는 말일 것이다. 무신란이 왜 문학 발전에 일조를 하는 사건이었을까. 무신란 때의 학살에서 살아남은 문인들이 현실도피를 하면서 문학활동에 전념하였고 그 결과로 당연히 문학이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규보 이하 문인들은 무신정권 아래 벼슬을 하며 또 다른 방법으로 문학을 발전시켜 나갔다. 그런데 꼭 문인들만이 문학발전에 도움을 준 것은 아니다. 최충헌이나 무신정권의 주축이었던 자들은 그들 스스로 새로운 문학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없었기에 서방(書房)이라는 기구를 만들어 문신들은 기용하고 포용하여 문학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반은 마련해 주었다. 그런데 이 시기에 활동한 문인들은 무신란 이전의 문인들과는 성격이 달랐다. 원래 한 시대의 문학이 파괴되면 새로운 문인층이 등장하여 다음 시대의 문학을 이룩하는 것이 문학사의 과정이다. 무신란은 이 전환기를 맞게 해주는 계기가 된 것이다. 무신란이 일어나자 신라 이래의 오랜 인습을 지켜오며 권력을 독점하고서 외세에 대항하여 나라를 지키려는 민족의 의지를 약화시키고, 자기들의 안일을 도모하는 데 몰두하던 문벌귀족이 몰락했다. 동시에 특권의식, 모화사상, 형식주의 등을 특징으로 하는 문벌귀족의 문학이 사라졌다. 그리고 무신란으로 기존의 지배체제가 흔들렸을 뿐만 아니라, 무신정권 참여자 가운데는 천민 신분에서 올라간 사람도 적지 않았던 점이 또 다른 변화의 계기를 만들었다. 그 동안 억압과 수탈에 시달리던 농민이나 천민은 지위 상승을 요구하면서 반란을 계속 일으켰다. 무신정권은 반란을 강압적으로 다스렸지만 김극기나 이규보 이후의 새 시대 문인들은 그 쪽 동향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지면서 문학을 혁신하는 데 좋은 자극이 될 역사적인 경험을 얻었다. 김극기나 이규보 같은 문인들은 산천의 아름다움이 아닌 농촌실정을 문제 삼고 농민의 어려운 처지에 공감을 하여 수많은 농민 시나 애민시를 이룩한 것이 변화의 결과이다. 다시 말해 민중과 친근한 관계를 가진 문인 층이 형성되어 최초로 민중의 동향을 문학으로 표출해 낼 수 있었다는 말이다.
참고 자료
전형대, 「이규보의 삶과 문학」, 홍익사(1983)
김상홍,양광석,신용호, 「한국문학사상사」, 개명문화사(1991)
김광순,「한문학사」, 새문사(1998)
임양묵, 「이규보 시문선」, 민족문화추진위원회(1997)
김승찬,이헌홍, 「한국의 문학사상」, 세종출판사(1998)
조동일, 「제4판 한국문학통사2」, 지식산업사(2006)
신용호, 「이규보의 의식세계와 문학론연구」, 국학자료원(1990)
김진영,차충환, 「백운거사 이규보시집」, 민속원(1997)
변종현, 「고려조 한시 연구」, 태학사(1994)
민병수, “이규보의 시세계”, 「한국한시작가연구」, 태학사(1995)
김진영, “이규보의 삶과 문학사적 위치”, 「시와 시학 1991년 겨울호」, 시와 시학사(1991)
김전영, 「이규보 문학연구」, 집문당(1988)
손정인, “이규보의 <동명왕편>의 구성양상과 작품의 성격”, 「한민족어문학 영남어문학 제13집」, 한민족어문학회
송용은 “이규보시의 현실인식연구”,「한국언어문학제39집」, 한국언어문학회(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