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Before sunrise”에서 “Before sunset”까지 - 등장인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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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얼마 전 내 남자친구가 “Before sunset”의 개봉을 앞두고, 함께 “Before sunrise”를 볼 것을 제의해 왔다. 그날 난 무척이나 피곤했지만 로맨틱한 영화를 좋아하는 나의 취향을 고려해 일부러 영화를 선정해온 그의 성의를 무시하기 어려웠음으로 함께 그 영화를 보기로 했다.
“Before sunrise”의 제시와 셀린느는 23살, 지금의 나와 비슷한 나이이다. 아마도 내가 이 영화를 1996년 개봉 당시 봤다면 지금 같은 공감은 느끼지 못하리라. 그렇지만 나는 2004년 그들과 같은 나이에 서있었고, 그들의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그들의 재기발랄한 입담에 웃음이 나기도 했으며, 현실적인 생각에 우울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이 이야기하고,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는 동안 영화는 끝이 났다. 내가 피곤했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빠르게.
관객에게 이런 느낌을 주는 영화가 정말 멋진 영화가 아닐까. 나는 이 멋진 영화의 속편이 나에게 어떤 결말을 가르쳐 줄 것인가를 생각하며 “Before sunset”을 기다리게 되었다. “Before sunset”에서 제시와 셀린느는 확실히 6개월 후 비엔나에서 재회하지 않았고, 9년 후에 이미 예정되어있던 재회를 한다. (나는 이미 “Before sunset”이 나온 것을 알고 있었으니, 예정되어 있던 것과 다름없었다.) 그들이 6개월 후에 만난 것이 아니고, 9년 후에 만난 것이 결말이라면 결말일 수 있겠지만 “Before sunset”은 내게 결말이 아닌, “Before sunrise”를 봤을 때와 같은 아쉬움과 여운, 그리고 내 마음 속에 백지 한 장을 남겨두었을 뿐이었다.
“Before sunrise”와 “Before sunset”, 시간은 제시와 셀린느를 예외로 두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제시에게 꿈을 가지라고 했던 긍정적이던 셀린느는 9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기억나는 기억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하며 히스테리를 터트리기도 한다. 기차 안에서 셀린느에게 함께 하루를 보내자고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던 제시는 안 그런 척하며 시종일관 셀린느의 얼굴만을 쳐다본다.
두 영화를 본 시간의 차이가, 영화 속의 시간의 차이와 같지 않기 때문일까. 나는 이 두 편의 영화를 통해 같지만 다른 제시와 셀린느를 만났고, 이 점은 나는 흥미롭게 했다. 나에게 굳이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이유를 말하라면, 시간과 함께 변화된 이 두 사람의 모습이 나를 흥미롭게 했다고 이야기 할 것이다. 하지만, 꼭 이유가 필요한가.

참고 자료

· 단행본
시드 필드, 시나리오 워크북, 박지홍 역, 경당 , 2001
로버트 맥기,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고영범 외, 황금가지, 2002
· 영상 텍스트
리처드 링클레이터, Before sunrise, 1995
〃 , Before sunset,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