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9회 617돌 세종날 기념 글짓기 대회 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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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옥상

세령빌라 반지하에서 옥상까지 계단은 백팔 개예요
계단 위에 어둠이 켜켜이 쌓이고
동생들의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치근거리면
엄마는 녹슨 달빛을 밟고 계단을 올라요
낮의 기억들이 까맣게 재가 되어 계단 위에
굴러다녀요 엄마는 익숙하게 발을 내딛어요

이가 빠진 문을 열면 밤바람이 나뒹구는 옥상이 있어요
엄마는 피곤한 숨을 내려놓고
달빛을 받아 마신 후에
아주 긴 담배 연기를 내뱉어요
엄마의 말들은 침묵 속에서
수많은 연기로 피어오르고
한숨인지 날숨인지 모르는 언어가
비밀처럼 까만 밤과 뒤섞여요
빨갛게 타들어가던 담배의 끝

엄마는 그 심지의 끝에서
어떤 말을 태우던 걸까요
담배는 재가 되어
날아가요 타들어가는 심지 끝에
식은 달빛이 켜켜이 쌓여가는 밤
연기 속으로 흩어지는 무형의 말들을
나는 몰래 듣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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