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문)박찬욱 <친절한금자씨>_금자씨의 Gra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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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이로써 13년 동안 마음 속에 칼을 갈며 치밀하게 준비한 이금자의 복수극이 끝이 났다. 그와 함께, 신뢰감을 주는 성우의 목소리로 동부 이촌동 박원모 어린이 유괴 사건의 납치범이자 살인범으로 이금자를 소개했던 영화의 시작부터 <친절한 금자씨 Lady Vengeance>(2005)의 이야기를 덤덤히 이어 온 화자가 호주로 입양된, 이금자의 딸 제니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나지막이 “안녕”을 내뱉던 성숙한 성인 여성의 목소리는 눈 내리는 골목길에서 두부 모양 케이크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금자를 뒤에서 꼭 껴안은 어린 제니의 목소리로 바뀌어 “금자 씨”를 속삭인다. 지금부터 그가 왜 금자 씨를 좋아했는지, 이 이야기의 화자이자 영화의 시점 자체이기도 한 그녀가 금자라는 인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소개하는지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영화에서 금자의 정체성은 성녀와 악녀라는 양극단으로 뚜렷하게 나뉜다. 그녀는 살인범으로 체포되어 대중으로부터 혹독한 비난을 받음과 동시에 뛰어난 미모로 자신이 입었던 물방울무늬 원피스를 유행시킨다. 금자는 옥살이를 하는 동안 신앙으로 개과천선하여 어려움에 처한 수감자들을 적극적으로 도움으로써 ‘살아 있는 천사’, ‘친절한 금자 씨’로 불린다. 다른 한편으로 그녀는 재소자들의 골칫거리인 원조 ‘마녀’를 제거함으로써 그 별칭 또한 획득하게 되는데, 이는 ‘친절한 금자씨’ 이전에 영화의 유력한 제목 후보이기도 했다.

참고 자료

<방구석 1열> 46회, JTBC, 2019.03.15. 참고.
김종국, 「금자(배우 이영애)의 빨강 - 억압된 것들의 귀환과 해방」, 『한국방송학회 학술대회 논문집』 (2018. 11), 407쪽.
김관명, ‘흑백화면으로 변하는 '친절한 금자씨' 특별상영’, 스타뉴스, 2005.07.26. [최종 검색일: 2021.03.27.] https://star.mt.co.kr/stview.php?no=2005072613473059595
김종국, 앞의 논문, 420-421쪽.
<방구석 1열> 46회, JTBC, 2019.03.15.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