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스 버틀러의 분리된 성 그리고 천운영의 바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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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 한번도 여성의 몸으로 표현된 인류 진화 그림을 본 기억이 없다. 고 인류학자 이상희 교수는 ‘인류 진화의 주역은 남자였던 거야?’ 하면서 남자들로만 이루어진 인류의 기원 설명을 비판한다. 초기 인류 사회 속 남성은 사냥을 해 먹을 것을 구해오고, 여자는 그것을 받아먹고 남자의 아이를 낳는다는 이른바 ‘사냥 가설’은 심지어 여성이 그러한 먹을 거리를 받아먹기 위해 남자를 유혹한다고 표현된다. 성과 먹을 거리의 맞바꿈으로 초기 인류 사회의 흐름을 표현한 것이다. 여자는 남자의 보호를 받아야 할 존재라는 편견 혹은 성별에 따라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다는 뿌리 깊은 편견 어린 시각이 깃들어 있는 이론인 것이다. 어린 시절 들었던 평강공주와 온달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어린 공주가 눈물을 쏟을 때면 평강 왕은 공주의 울음을 그치게 하기 위해 ‘네가 항상 울어서 내 귀를 시끄럽게 하니, 자라면 틀림없이 사대부의 아내가 못되고 바보 온달에게나 시집을 가야 되겠다’ 라는 말을 한다. 이러한 말은 공주에게 울지 말라는 ‘협박’의 의미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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