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와 후마니타스- 손홍규 「서울」이 전하는 '인간다움'의 조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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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홍규 「서울」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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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는 ‘인간다움’의 조건을 규정하기 위해 방대한 철학을 쌓았다. 시대를 막론하고 철학의 가장 근본적인 물음은 언제나 인간에 닿아있었고 인간이라는 존재를 규정짓기 위하여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에서는 끊임없이 고찰해왔다. 맹자는 금수(禽獸)와는 다르게 인간이 지닌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인간다움의 시작이라고 보았으며, 플라톤은 욕망, 감정, 지식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부터 인간다움이 비롯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는 인간다움을 ‘후마니타스(Humanitas)’라는 용어로 정의하며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그리고 작가 손홍규가 소설 「서울」을 통해 던지고자 하는 물음은 키케로를 비롯한 철학자들의 물음과 아주 밀접하게 닿아있다. 사람인 것과 사람이 아닌 것의 차이가 무엇인지 모호해졌고 어쩌면 처음부터 사람을 사람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기준은 없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p.153) 작가의 물음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작가가 바로 그 물음을 던지기 위해서 가장 효과적이리라 생각하고 설정한 배경은 ‘포스트-아포칼립스’다. ‘아포칼립스(Apocalypse)‘라는 종말을 뜻하는 단어에 붙어, 소위 ‘포스트-아포칼립스’라고 불리는 범위의 문학들은 거의 대부분이 종말 이후 인류의 삶과 운명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손홍규의 소설 「서울」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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