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읽기 ①> 숙종의 ‘선위(禪位) 소동’과 ‘환국정치(換局政治)’

목차

1. 즉위 31주년을 맞이한 숙종의 폭탄선언
2. 4일 만에 끝난 ‘선위 해프닝’
3. ‘선위 소동’을 둘러싼 숙종의 진심과 노림수
4.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노론(老論)
5. ‘숙종 이후’를 향한 노론의 권력투쟁
6. 보이지 않는 위험 - 숙종의 ‘선위 소동’이 남긴 것

본문내용

● 즉위 31주년을 맞이한 숙종의 폭탄선언
조선은 태조부터 순종까지 모두 27명의 제왕이 재위했다. 이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왕권(王權)을 휘두른 임금은 누구였을까? 아마도 태종 이방원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을 것이다. 그럼 이방원에 버금갈만한 권력을 행사한 임금이 있었을까? 또한 그러한 임금이 있었다면 그는 누구일까? 여러 가지 답변이 나올 수 있겠지만, 필자는 단연 숙종(肅宗)을 꼽겠다.
숙종은 사림(士林)과 붕당(朋黨)을 중심으로 한 신권(臣權)이 왕권을 견제하고 압박하던 시대의 정중앙에 자리한 임금이다. 서인(西人) 세력이 정치권력을 장악한 인조반정 이후 조선의 임금들은 끊임없이 왕권 강화를 모색하면서 정치 주도권을 행사하고자 했지만 신권의 거대한 장벽을 넘어설 수 없었다. 그런데 숙종의 시대만은 예외적으로 왕권이 신권을 통제했고 또한 제압했다. 숙종은 신권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상황에 가둬 둘 목적으로 아주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정치 기술’을 구사해, 임금의 권력과 권위를 다시 세웠다. 그것이 바로 ‘환국정치(換局政治)’이다.
연산군에서 명종 때에 걸쳐 발생한 사화는 당시 권력을 쥐고 있던 공신(功臣)-척신(戚臣) 세력이 새롭게 등장한 정치세력인 사림(士林)을 탄압한 사건이고, 사림이 중앙권력을 완전 장악한 선조와 광해군 시대의 권력 투쟁은 붕당 간의 당쟁(黨爭)이었다. 즉 권력 투쟁의 중심은 공신-척신 세력 vs 사림 세력이거나 혹은 사림 세력 내부의 여러 당파(붕당)였고, 임금은 들러리 혹은 얼굴 마담에 불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환국정치’의 주역은 단연 임금이었다.
숙종은 붕당과 당쟁은 결코 제거할 수도 화해시킬 수도 없다는 정치 현실을 냉철하게 꿰뚫어 보았다. 그리고 그는 당쟁을 제거하거나 당파들을 화해시키려고 하기보다 오히려 그러한 정치 현실을 신권을 통제하고 왕권을 강화하려는 자신의 정치 목적을 위해 활용했다. 그것이 그가 구상한 ‘환국정치의 계산법’이었다.
숙종은 즉위 초기 벌어진 ‘제2차 예송논쟁’에서 남인을 지지하고 서인을 배척했다. 이렇게 해서 ‘남인 정권’이 들어서자, 다시 자신의 모후(母后)인 명성왕후의 종질이자 서인의 핵심인물이기도 한 김석주를 등용해 남인을 견제할 세력으로 키웠다. 그리고 숙종은 남인의 권력이 지나치게 성장하자 ‘경신환국(庚申換局 : 숙종 6년(1680))’을 일으켜 남인 세력을 내쫓고 ‘서인 정권’을 세웠다.

참고 자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