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한 관찰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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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이름마저 깜찍한 이 책을 읽는데 까지 꼬박 2주가 걸렸다. 처음 200여 페이지까지는 즐겁게 술술 읽어내었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느껴지는 고양이의 반복되고 무덤덤한 시선과 여러 등장인물들의 일상적인 대화는 가끔씩 짜증이 날만큼 지루했다. 또한 무수히 폭격되는 높은 수준의 고사성어와 한자들은 나를 한계에 다다르게 했다. 내용자체가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니었지만, 다수의 한자와 고사성어가 책을 읽는 흐름을 자꾸 끊어서 읽는 시간도 평상시보다 더 오래 걸리고, 조금 더 지루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고양이가 세상을 보고, 고양이가 사람을 보고, 고양이가 narrator로 변신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이 책은 일본의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처녀작으로, 관찰자가 된 고양이의 눈으로 주인을 포함한 주변인들과 그들이 살아가는 한심한 세상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보이는 모든 등장인물은 나츠메 소세키 자신을 말하는 것이고, 그들 또한 분리된 자신의 모습이다. 오직 여기서 현명하고도 풍월을 제대로 외우는 자는 인간이 아니라 고양이 뿐이다. 게다가 그 고양이는 이름조차 없는 고양이다. 이름도 없는 것이 어떻게 인간살이에 이렇게도 상상 이상으로 관찰하고 풍월을 외울 수 있을까? 내가 아는 고양이는 몸을 숙이고 바싹 엎드려 볼 때야 비로소 본 모습을 보여주는 요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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