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철학의 전통 - 철학 에세이 ; 죽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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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죽음에 대하여 역설적이다. 모든 인간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또 인정하면서도 그 죽음을 최대한 미루려고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키에르케고르는 죽음이 자신과는 관련이 없다는 듯이 현세 삶의 무한한 지속을 꿈꾸는 이들을 강하게 비판한다. 그는 “인간들아, 착각하지 말아라! 가장 확실한 진리가 ‘나는 사유한다.’라고? 웃기지 말아라! 가장 확실한 진리, 그것은 ‘나는 죽는다.’이다.” 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는 인간의 삶이 자신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시작된 것처럼, 인간의 죽음도 자신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다가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필연적인 사건은 사실 인간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사건이다. 하지만 인간은 엄격한 의미에서 죽음의 현상을 직접 체험하지 못한다. 죽음이 인식의 직접적인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죽음은 직관할 수 없고, 정체를 확인할 수 없는 비대상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은 죽음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 말하는 것이며, 죽음을 직접 경험한 자는 죽음에 대해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연구는 매우 어렵다. 이 문제에 대해 역사상 그토록 서로 대립되고 모순되는 해답들이 수없이 제출된 것도 바로 죽음을 직접 체험하고 이에 대해 토론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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