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과 만남 그리고 편지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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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슬픈 색깔은 과연 어떤 색깔일까. 서술자는 작품의 배경을 이루는 시간과 공간에 대해 흐릿하고 힘이 없으며 생기가 없이 기계적이라고 서술한다. 마치 작품 전반에 걸쳐 언급된 ‘어린 퇴를레스의 시각으로 비춰지는 세상’같다. 낮의 어둠! 슬픈 색깔은 나에게 흑백 무성영화의 한 장면을 상상하게 했다. 이 상상은 w기숙학교의 공간적 특별함 때문이기도 했다.
기숙학교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대도시의 좋지 못한 영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수도에서 떨어져 인적이 드문 제국 동부의 척박한 평야에 자리한다. 제한된 위치적 공간인 학교다. 나라의 최상류층 가정 아들들이 w기숙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이 학교 출신이라는 것은 대단한 이력으로 통한다. 퇴를레스는 4년 전 야망에 가득 차 w기숙학교에 입학한다. 솟구치는 젊은 힘들이 회색 담벼락 뒤에 갇혀 있는 기숙학교에는 욕정적인 장면들에 대한 상상이 쌓여 있고, 많은 생도들에게서 이성을 앗아갔다. 생도들에게 어느 정도의 일탈은 남자다운 것, 금지된 만족을 쟁취하는 용기로 통했다. 4년 전 예쁘장한 생도에게 사랑에 빠진 생도가 생기기도 했다. 바시니가 도둑질을 한 사실을 교장에게 자백했을 때 바시니를 육체적정신적으로 괴롭혔던 급우들은 그 어떤 죄책감 없이 라이팅의 짜여진 대본에 따라 잘못을 회피했다. 생도들의 도덕성 기준은 자기 중심적이다.
학교에서 각 학급은 하나의 국가 자체로 여겨진다. 즉, 그들만의 사회가 존재한다. 바이네베르크와 라이팅은 2~3년 전 1인자의 자리를 놓고 다툼이 있었지만 공동 이해관계로 서로 손을 잡은 상태다. 바이네베르크와 라이팅과 퇴를레스, 이 세 사람은 그들만의 공간인 학교의 창고와 다락창고의 존재를 알고 있다. 그 공간을 자기들의 모험심에 맞게 꾸민 것을 퇴를레스는 반항, 은밀함, 환상, 우스꽝스러움으로 느껴 좋아하지 않았다. 원래 퇴를레스는 그저 다른 두 사람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서 창고에서의 만남을 동참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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