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역)만복사저포기
- 최초 등록일
- 2000.12.18
- 최종 저작일
- 20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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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전라도) 남원에 양생이 살고 있었는데, 일찍이 어버이를 잃은 데다 아직 장가도 들지 못했으므로 만복사(萬福寺)의 동쪽에서 혼자 살았다. 방 밖에는 배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마치 봄이 되어 꽃이 활짝 피었다. 마치 옥으로 만든 나무에 은조각이 쌓여 있는 것 같았다. 양생은 달이 뜬 밤마다 나무 아래를 거닐며 낭랑하게 시를 읊었는데, 그 시는 이렇다.
한 그루 배꽃이 외로움을 달래 주지만
휘영청 달 밝은 밤은 홀로 보내기 괴로워라.
젊은 이 몸 홀로 누운 호젓한 창가로
어느 집 고운 님이 퉁소를 불어 주네.
외로운 저 물총새는 제 홀로 날아가고
짝 잃은 원앙새는 맑은 물에 노니는데,
바둑알 두드리며 인연을 그리다가
등불로 점치고는 창가에서 시름하네.
시를 다 읊고 나자 갑자기 공중에서 말소리가 들려 왔다.
"그대가 참으로 아름다운 짝을 얻고 싶다면 어찌 이뤄지지 않으리라고
걱정하느냐?"
양생은 마음속으로 기뻐하였다.
그 이튿날은 마침 삼월 이십 사일이었다. 이 고을에서는 만복사에 등불을 밝히고 복을 비는 풍속이 있었는데, 남녀들이 모여들어 저마다 소원을 빌었다. 날이 저물고 법회도 끝나자 사람들이 드물어졌다. 양생이 소매 속에서 저포를 꺼내어 부처 앞에다 던지면서 (소원을 빌었다.)
"제가 오늘 부처님을 모시고 저포놀이를 하여 볼까 합니다. 만약 제가 지면 법연(法筵)을 차려서 부처님께 갚아 드리겠습니다. 만약 부처님이 지시면 아름다운 여인을 얻어서 제 소원을 이루게 하여 주십시오."
빌기를 마치고 곧 저포를 던지자, 양생이 과연 이겼다. 그래서 부처 앞에 무릎은 꿇고 앉아서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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