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논문] 타인의 몸으로 피어나기 - 시 번역의 즐거움과 괴로움
- 최초 등록일
- 2009.02.08
- 최종 저작일
- 2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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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새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하루에 4백 회가량이나 물질을 해야 하는 어미 해달은 잠수할 줄 모르는 아기 해달을 물 위에 발랑 뒤집어 눕혀놓고 물 속으로 들어가는데, 잠수 시간은 고작 4분이라 한다. 글쓰는 사람에게 어미 해달과 아기 해달은 한 몸이 아닐까. 그는 겉똑똑이
연약한 물풀에 몸을 감고 밤새 뒤척이며 날 새기를 기다리는 것. 내가 본 프로에서 어미 해달은 폭풍이 몰아치던 밤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물질도 할 줄 모르는 아기 해달만 남아 떨고 있었다. 글쓰는 사람이여, 당신도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는가. (이성복 『아 입이 없는 것들』 표지글에서)
목차
1. 글쓰기 혹은 번역에 대한 은유
2. 받아쓰기 혹은 받아서 쓰기: 번역과 해석
3. 사례 연구: 이성복의 시읽기 『아, 입이 없는 것들』
본문내용
1. 글쓰기 혹은 번역에 대한 은유
새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하루에 4백 회가량이나 물질을 해야 하는 어미 해달은 잠수할 줄 모르는 아기 해달을 물 위에 발랑 뒤집어 눕혀놓고 물 속으로 들어가는데, 잠수 시간은 고작 4분이라 한다. 글쓰는 사람에게 어미 해달과 아기 해달은 한 몸이 아닐까. 그는 겉똑똑이 머리를 잠재워두고 몸속 깊은 곳을 들락거리며 쉬임 없이 연상의 물질의 해대는 것이다. 또한 해달은 바다 밑에 뿌리를 두고 수십 미터 웃자란 해초다발에 몸을 감고 잠든다. 밤새 거센 파도에 떠밀려 가거나 암초에 부딪히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몸의 언어로 하는 글쓰기도 그런 것이 아닐까. 누군가 글쓰기는 욕조를 타고 대서양 건너는 일과 같다고 했지만, 언어라는 연약한 물풀에 몸을 감고 밤새 뒤척이며 날 새기를 기다리는 것. 내가 본 프로에서 어미 해달은 폭풍이 몰아치던 밤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물질도 할 줄 모르는 아기 해달만 남아 떨고 있었다. 글쓰는 사람이여, 당신도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는가. (이성복 『아 입이 없는 것들』 표지글에서)
번역은 반역이라고 한다. 특히 “번역학”이라고 우리가 흔히 이름하는 언어학적, 철학적인 논의를 넘어서서 실제 번역의 문제를 거론하고 점검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 언어와 언어의 가장 예민한 날이 서로 부딪치는 경험적 실천으로서의 시 번역은, 일차적으로 언어간의 다름을 넘어서는 의미 전달 가능성에 기대면서도 한 언어의 울림을 다른 언어가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한계와 불가능성 때문에 더욱더 번역가는 반역자가 아닌가 하는 자의식에 시달리게 한다. 그러기에 하나의 고유한 언어가 담고 있는 역사와 정서, 문화, 일상의 가장 작고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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