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소나기 뒷이야기 창작
- 최초 등록일
- 2007.05.27
- 최종 저작일
- 2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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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황순원씨의 소설
목차
없음
본문내용
소녀가 죽다니…….
그렇게 소나기를 퍼붓던 하늘이 오늘은 더더욱 파랗게만 보인다. 그런 파란 하늘에 자꾸만 물이 차오른다. 소년은 눈을 감았다. 소녀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른다. 그 흰 얼굴이, 분홍색 스웨터가, 남색 스커트가……. 주머니 속에 호두알이 따뜻하게만 느껴진다. 호두알 하나 전해주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럽게 느껴진다. 그렇게 소녀는 소년을 떠나갔다. 며칠 뒤 소녀의 상여는 소녀가 늘 앉아 있던 개울을 건너갔다. 메밀밭을 지나 원두막이 있던 그 산 너머로 가버렸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다. 마을은 여전히 고요하다. 황금빛 들녘도 여전히 풍요롭다. 다만 소년은 이제 훌쩍 자라 어른이 되어있었다. 개울물에 살며시 발을 담가 본다. 발에 스미는 차가움 속에 보랏빛 향기를 닮은 소녀의 얼굴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나를 따라 무를 베어 물던, 보랏빛을 좋아한다던, 조약돌을 던지며 “바보!”라고 외치던 작은 소녀. 내 기억 속에 소녀는 여전히 작은 소녀이다. 나는 훌쩍 자라버렸지만, 소녀는 자라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난 소녀가 자라지 않길 바랐던 것 같다. 내 어린 시절 첫 사랑의 모습 그대로 있어주길 바랐던 것 같다.
소녀가 죽던 해에, 윤초시네는 이 마을에서 사라졌다. 소녀가 죽자 소녀의 어머니는 무언가에 홀린 듯 정신을 놓아 버렸고, 윤초시는 이런 아내를 두고 마을을 떠나갔다. 뒤이어 그 집의 식솔들은 서둘러 하나 둘 짐을 싸서 집을 나가버렸고, 소녀의 어머니마저 어디로 가버렸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 집은 흉흉한 소문이 돌아 이사 오기로 한 사람들마저 오지 않았고, 폐허가 되었다. 그렇게 소녀는, 윤초시네 집은 마을 사람들에게 잊혀 갔다.
소년의 걸음은 어느새 소녀의 집을 향하고 있었다. 여전했다. 소녀의 온기를 잃어버린 지 오래된 낡은 집. 다만 바람만이 삐걱삐걱 소리를 내고 있었다. 여름내 무성했던 잡초들은 가을을 맞이하는 듯 붉은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누가 돌봐주지도 않는 대추나무도 파란 대추알들을 주렁주렁 매단 채 가을을 맞이하고 있었다. 달고 맛있다던 대추알. 아무 생각 없이 대추알 하나를 대충 닦아 입에 넣었다. 하지만 곧 쌉쌀한 그것을 뱉어 내어 버렸다. 소녀가 쥐어주던 대추 맛은 이제 없었다. 소년은 이제 다시 개울로 돌아왔다. 그리곤 메밀밭을 지나 소녀의 상여가 가버린 산으로 올라갔다. 소녀가 쉬고 있는 곳. 원두막도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비를 피하던 수수밭도 그대로 있었다. 하지만 이제 소녀의 무덤가에는 차가운 발걸음조차 없다. 다만 도라지꽃만이 소녀의 무덤을 지키고 있었다. 소녀가 좋아한다던 보랏빛을 가진 도라지꽃.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저녁 어스름에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문득 소녀가 죽기 전 밤이 떠올랐다.
참고 자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