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요하네스 얀 베르메르, <우유를 따르는 여인>

소개글

프랑스미술관탐방 수업시간에 중간고사 대체용으로 작성했던 레포트입니다.

성적은 물론 좋은 A+를 받았습니다.

요하네스 얀 베르메르의 우유를 따르는 여인에 대한 감상평입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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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비가 오는 날, 큰 유리창이 있는 카페의 창가에 앉아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을 때면 그 느낌이 참 좋다. 고작 그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는 비 오는 날 특유의 번잡함과 물기를 가득 머금은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에서 떨어져 있는 것이다. 피부로, 귀로, 코로는 느끼지 못하고 오로지 눈으로만 보는 그 풍경이 사뭇 나와는 동떨어진 세계라는 이질감과 함께 저 혼잡함 속에서 나는 벗어나 있다는 우월감이 동시에 함께 느껴진다. 마치 움직이는 한 폭의 그림을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베르메르의 그림이 마치 이러하다. 그림과 현실이라는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 있기 때문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는 느낌은 비슷하다. 그중에서도 <우유를 따르는 여인>을 볼 때는 더욱 그러하다.
원래 그림이라는 것이 말이 필요 없이 그냥, 그저 느끼면 되는 것이지만 나는 굳이 그 느낌을 말로, 글로 표현하고자 한다.

그의 그림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없다. <우유를 따르는 여인>에서도 별다른 이야기도, 풍부한 상징도, 움직임도 없다. 우유를 따르는 행위는 행위, 그 자체일 뿐이다. 비어있다. 그러나 결코 허전하지 않다. 오히려 충만한 느낌이다. 우유를 따르는 아주 단순한 일상을 그린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심심하다든가 부족하다는 느낌은 그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다. 사실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전통의 미에 대해서 얘기할 때 흔히 거론되는 여백의 미와도 조금 비슷한 의미라고 할 수 있겠다. 필요 없는 것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고 딱 알맞은 소품들만이 가지런하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엉망이지도 않을 위치에 가만히 놓여있다. 벽에 걸린 바구니라든가 바닥에 놓인 네모난 상자, 테이블 위에 놓인 빵, 식탁에 반쯤 걸쳐진 파란색 천이 그림 속 자신의 위치가 아닌 다른 곳에 있었거나 아예 없었다면 결코 지금처럼 안정된 구조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병 속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우유의 양도 그러하다. 고요함을 깨는 유일한 요소, 우유를 따르는 소리 역시 너무 크지도, 또 너무 작지도 않게 그 고요함에 어울리는 알맞은 크기이다. 이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우유를 따르는 소리가 들릴 것 같다. 눈으로 보는 그림에서 소리를 느낄 수 있다는 것 또한 베르메르의 특별한 재능일 것이다.

참고 자료

고바야시 요리코･구치기 유리코 지음, 베르메르, 매혹의 비밀을 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