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립 밴 윙클 한글판
- 최초 등록일
- 2005.12.18
- 최종 저작일
- 199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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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립밴윙클의 한글번역본입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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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조지3세 폐하(영국 국왕. 재위 1760-1820년. 이 왕의 재위 시절에 미국이 독립했다)의 붉은 얼굴 초상이 간판으로 걸려 있는 조그마한 여인숙 앞 벤치에 이들은 언제나 모여 앉아 있었다. 나무 그늘에 앉아서 마을의 소문, 졸리는 이야기를 끝없이 서로 주고 받으면서 기나긴 여름날을 보내는 것이다. 지나던 나그네가 묵은 신문 한 장이라도 주고 가는 날이면 그들 간에 꽤나 똑똑한 듯한 토론이 벌어진다. 그건 어느 정치가나 돈을 내고서라도 들어 둘만한 것이었으리라.
데릭 밴 브멜이라는 학교 선생이 신문 기사를 졸리운 목소리로 읽으면 모두들 장엄한 얼굴로 귀를 기울였다. 이 선생으로 말하면 학문이 있는, 까다롭고 키가 작은 사나이였고 사전 속의 어떤 어려운 낱말에 부딪혀도 끄덕도 하지 않았다. 이처럼 이들은 몇 달 전에 일어난 세상의 사건들을 똑똑한 체하며 토론하는 것이었다.
토론의 결론은 마을의 어른이며 여인숙 주인인 니콜라스 베다의 생각에 따르기 마련이었다. 이 노인네는 아침부터 밤까지 여인숙 앞에 자리를 잡고는 몸을 움직인다는 게 다만 볕을 피해 커다란 나무 그늘을 좇아 위치를 바꾸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은 이 노인의 동작을 보면서 마치 해시계처럼 시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원체 이 노인네는 여간해서는 입을 열지 않고 줄곧 파이프를 물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이 노인네의 졸개들(훌륭한 사람들에겐 누구에게나 졸개들이 있기 마련이지만)은 그의 마음을 알아 채고 그의 의견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읽은 것이나 이야기한 것이 마땅치 않을 때 노인은 연거푸 파이프를 피며 못 견디겠다는듯 뻐끔뻐끔 연기를 뿜어댔다. 반면 마음에 드는 일이면 파이프의 담배 연기를 느긋하게 빨아들였다간 조그만 구름처럼 불어낸다. 때로는 파이프를 입에서 빼고 향기로운 연기로 코 둘레를 가리고는 "암, 그렇구 말구"라는듯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립이 이들 속에 한 몫 끼어 이제 좀 쉬어야지 하고 있는 곳까지 수다스러운 마누라가 쫓아오곤 했다. 그렇게 되면 동료들은 그를 동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를 자리에서 쫓아내야 했다. 립의 마누라는 이 할 일 없는 모임에 돌연 뛰어들어 누구라 할 것 없이 마구 몰아세우는 것이었다. 그 훌륭한 니콜라스 베다조차 이 사나운 여편네가 퍼붓는 험담엔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왜 우리집 주인을 꾀어 게으르게 하는 거예요?"라며 마누라는 무턱대고 닦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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