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단편소설 거리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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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 곰 탈 쓴 사람이에요. 이영호 선배인데, 아시려나?“

물론 알 리가 없었다. 고개를 저어보이고, 극에 집중하기로 했다.
행동과 표정만으로 펼쳐지는 20분 정도 되는 단편 극이었다.
초반 스토리는 늦게 와서 조금 놓친 것 같지만, 알기 쉬운 내용이었다.
사냥꾼은 숲에서 길을 잃고 헤메다가 여우를 만나 사냥하려고 하지만, 자신도 길을 헤메고 있기 때문에 숲에서 나가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먹는 건 그다음에 해도 된다고. 사냥꾼은 당연히 믿지 않고 여우를 처치하려고 하나, 곰이 나타나 둘을 잡아먹으려 했다.
사냥꾼은 얼떨결에 곰에게 여우가 했던 말을 해버렸다. 마침 곰도 숲을 헤메고 있는데다, 보기보다 순진해 그 말을 믿어버렸다.
셋은 여러 고난을 거친 다음 결국 숲에서 나왔다. 그 과정에서 셋은 서로 친해졌고,
덩달아 관객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올랐다.
결국 그들은 서로 사냥하는 일 없이, 아쉽지만 인사를 하고 제갈길을 갔다.
음악과 함께 배우들이 관객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관객들이 배우들을 완전히 둘러싸고 있었기에 4번 인사를 해야 했다.
이어지는 환호성과 박수. 그중에서 어디서 들려오는지 모를 아이의 높은 환호성이 잘 들렸다. 작품을 만든 사람이 들으면 분명 뿌듯해할 소리였다.
솔직히 이 정도는 경수 자신도 충분히 연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자신감은
학교에서 쌓아온 공연 경험에 기반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사람들을 울거나 웃게, 혹은 즐겁게 하고 극이 끝날 때는 큰 박수를 받는 것. 그것은 경수가 연출가가 되려고 했던 이유였다. 하지만 자신은 정말로 연출가를 하면서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것일까.
꿈을 포기하고 다른 친구들처럼 돈이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역시 낫지 않을까. 밀려오는 생각을 물리치고 자신도 박수를 치며 지금 상황에 집중했다.

"조금 유치하긴 하지만 괜찮네, 아동극인가?"

"그런가 봐요, 여긴 아이들이 많이 오니까. 저 잠깐 영호선배랑 얘기 좀 하고 올게요."

대답을 할 틈도 없이, 말이 끝나자마자 미나는 달려나갔다.
혹시 사귀는 사이인 것일까. 미나 정도 외모와 성격이라면 남자친구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경수는 멀리서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기로 했다.
소품을 정리하다 말고 영호는 미나를 보자 반갑게 인사하며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 탈을 벗으니 꽤 이목구비가 뚜렷한 사람이다. 게다가 몸도 좋아 보였다.
경수도 외모에 아주 자신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역시 여자들은 저렇게 운동하는 남자에게 끌리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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