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함께 숨쉬는 연극 -연희단 거리패의 햄릿(Hamlet)을 보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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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을 보러 가기러 한 날을 정말 날씨가 좋았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았으며, 높은 산의 정상에 올랐을 때 맛볼 수 있는 시원하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그런 날씨였다. 친구와 함께 국립 극장에 도착했을 저녁 즈음에도 날씨는 여전했다. 국립극장은 예전에도 많이 와 봤지만 하늘극장은 처음이었다. 표를 내고 하늘극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정말 탄성이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마치 내가 고대의 원형극장에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정말 너무나 아름답고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의 느낌이었다. 정말 사진이라도 찍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관계자의 충고에 욕구를 누그러뜨릴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연극이 시작되었다. 고등학교 때 유시어터의 햄릿을 본 적이 있었는데, 유인촌과 최민식이 주연이었다. 그때는 무대가 계속 어둡고 배우들의 심리묘사가 주가 되어서 그런지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서 이번 햄릿도 조금 지루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연희단 거리패의 햄릿은 달랐다. 먼저 부왕의 제를 지내는 장면에서는 현대식 춤과 한국 전통의 음악이 서로 혼합을 이루면서 잘 조화되었다. 이 장면을 보면서 햄릿이라는 서양의 연극을 한국식으로 재조명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퓨전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이런 것이 과연 퓨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연극이 점점 전개되어 가면서 분위기는 고조되었다. 슬픔과 웃음이 되풀이 되면서, 자칫 우울하고 지루할 수 있는 분위기는 환희와 열광의 도가니가 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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