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문)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킬링 디어>_실존 해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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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에 찬 기이한” 복수가 시작됐다.1) 마틴은 술을 마시고 수술에 들어간 심장 전문의 스티븐의 불찰로 아버지를 잃게 되고, 앙갚음을 하기 위해 그에게 가족을 한 명 죽여야 하는 벌을 내린다. 제50회 시체스영화제 호세 루이스 과르너(Jose Luis Guarner) 비평가상과 제70회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요르고스 란티모스(Yorgos Lanthimos, 1973~)의 <킬링 디어 The Killing of a Sacred Deer>(2017)가 제시하는 이 잔혹한 비극은 원제가 ‘신성한 사슴 죽이기’로, 그리스 신화에서 이피게네이아(Iphigeneia)에 대한 이야기를 차용했다.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의 과실로 격노하게 된 아르테미스 여신은 바람을 불지 않게 하여 그의 그리스 함대가 트로이로 출항하지 못하도록 만든다.2) 아가멤논은 예언자 칼카스의 조언에 따라 딸 이피게네이아를 아르테미스 여신에게 제물로 바치기로 하지만, 아르테미스 여신은 그녀를 가엽게 여겨 사슴을 제물로 받기로 한다.

이와 같은 복수와 희생의 모티브를 토대로 <킬링 디어>는 정결한 기만을 뚫고 인간의 빈약한 ‘실존’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정의(正義)’를 통렬하게 해부한다. 영화는 그 시작부터 이러한 인간 해부에 대한 포부를 거침없이, 있는 그대로 분출한다. 화면을 가득 메운 인간의 ‘실제’ 심장은 힘차게 펄떡이며 생명력을 거칠게 과시한다. 그러나 그 심장은 점차 ‘줌아웃(zoom out)’되며, 즉 점점 화면에서 멀어지며 수술 중에 있는 허약한 환자의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영화에서 광기는 정의 그리고 실존의 문제와 엮이며 두 갈래의 입장으로 나뉜다. 복수를 하는 자와 복수를 당하는 자, 벌을 내리는 자와 벌을 받는 자. 복수를 가하는 자의 광기는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고 감으로써 인간의 빈약한 실존을 해부하고 폭로하고자 함에 있다. 반면, 복수를 당하는 자의 광기는 박약한 실존을 허위로 포장하여 유지하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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