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니 '아마도 아프리카' 감상문
- 최초 등록일
- 2022.02.21
- 최종 저작일
- 20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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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I. 들어가며
II. 현실과 꿈의 경계
III. 시인의 사유 방식
IV. 시적 변주
V. 나가며
VI. 참고 자료
본문내용
분홍 설탕 코끼리는 발에 꼭 끼는 장화 때문에 늘 울고 다녔다. 발에 맞는 장화를 신었다 해도 울고 다녔을 테지. 어릴 때부터 울보였고 발은 은밀히 자라니까. 두번째 분홍 설탕 코끼리가말했다. 그렇다고 코끼리가 두 마리 있는 건 아니었다. 설탕이 두 봉지 있는 것도 분홍이 두 바닥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언덕도 없었지만 분홍 설탕 코끼리는 오늘도 언덕에 누워 설탕을 먹고 분홍에 대해 생각했다. 코끼리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아니, 있었나. 아주 오래전 일이라 잊었나. 설탕, 하고 발음하면 입안에 침이 고인다. 바보, 모든 설탕은 녹는다. 뚱뚱해지는 건 시간문제. 계절이 지나자 분홍 설탕 코끼리는 분홍 설탕 풍선이 되었다. 아니, 그건 잘못된 말이다. 분홍 설탕 코끼리는 분홍 풍선 풍선이 되었다. 아니, 그것도 잘못된 말이다. 분홍 설탕 코끼리는 풍선 풍선 풍선이 되었다. 할 짓이 없구나. 네, 그럼요 그럼요. 풍선 풍선 풍선은 이름이 바뀌었는데도 자신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변함이 없다는 사실이 서운했다. 막 대하는 건 아니었지만 사랑받는 느낌도 없었다. 친한 사람들끼리 그러듯 막 대해줘도 좋을 텐데. 풍선 풍선 풍선은 일부러 잃어버린 장화 한쪽을 손에 들고 이미 녹아버린 설탕을 음미하면서 하늘에 떠가는 분홍 설탕 코끼리를 바라보았다. 구름 같았고 추억 같았고 눈물 같았다. 불지 않는 바람의 깃털 사이로 풍선 풍선 풍선의 없는 꼬리가 한 번 나부꼈다. 아니, 두 번 나부꼈다. 아니, 세 번 나부꼈다. 분홍설탕코끼리풍선구름. 멋진 이름이다. 어제부터 슬픔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분홍 설탕 코끼리
시는 분홍 설탕 코끼리가 풍선 풍선 풍선이 되어, 그러니까 정체성이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태연한 척 아무렇지 않게 슬픔을 삼키는 내용이다. 이렇듯 그녀의 시에는 서사도 있고 인물(?)도 있고 정서도 있다. 그런데 그것이 시인의 경험에 기반한 것이냐... 하면 그 색깔이 매우 옅다.
참고 자료
이제니, ‘아마도 아프리카’, 창비,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