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자작시] - 내려놓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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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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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음

두 손에 가득
세상을 움켜 쥐었을 땐
모든 소리가 선명했다.
시계 바늘 째깍 소리
리모컨의 딸칵 소리
옆집 여자의 째진 목소리
윗층 남자의 담배 비벼끄는 소리
수 많은 소리들
그 선명한 소리들에
자꾸만 나는
내 세상을 잃어갔다.

두 손에 가득
벅차게 끌어안고 가는
그 일상들이
손에 쥐어지지 않는 모래성처럼
스르르 바스러져 가는 것을
목격하고서야 나는
모든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내일의 일상을 내려놓고
앞 선 친구와의 비교를 내려놓고
성과에 대한 조급함을 내려놓고
건강에 대한 염려를 내려놓고
두 손을 텅 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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