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톨트곰브로비치코스모스 지극히 개인적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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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p.25 그러니까 마치 지도 속에서 한 도시가 다른 도시 옆에 위치하는 것과 유사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러자 지도에 대한 생각이 다시 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하늘의 지도, 그리고 도시가 그려져 있는 일반적인 지도 등등. 이 모든 '연계성'은 실은 적절한 연계라고 볼 수 없다. 이건 단지 하나의 입을 또 다른 입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과정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건 그 두 대상 간의 '거리', 예를 들자면 방향이나 위치와 관련된 문제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화자는 바르샤바에서 도피하듯 자코바네로 왔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꿈인지 현실인지, 무의식인지 헷갈리고, 이러한 것들이 이곳에서도 피곤하게 한다. 그러다 또 의식하면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러한 문제를 단순화시키고 정리를 해본다.
그렇지만 앞으로 현실에서는 정리한대로 잘 안 될 것이다.
정확히 기억하는 경험인데 그에 덧붙여지고 덧붙여진 무의식을 경험한 후 그 이미지가 너무 크게 각인되어 그것이 마치 진짜 기억인거 같은 일을 겪은 적이 있지 않나요?시간이 지나 그게 진짜 기억으로 남겨질 것을 염려해서 기록을 했음에도 그 무의식의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진짜 기록이 거짓이 될까 지레 겁을 먹어버리고 어찌 할 수 없었던 경험이 있어요.

p.41 피로와 졸음에 취한 나의 시선은 장롱 위, 접근이 매우 힘들고, 벽지가 너덜너덜 닳아빠진 곳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그러고는 거의 천장에까지 다가 갔다, 거기 새하얀 사막으로, 하지만 지루한 백색은 계속해서 그 모습을 바꾸었다. 창문 부근에서, 거칠고, 어둡고, 습기에 오염된 구역에서, 그리고 대륙과, 만, 섬, 반도, 그리고 달의 환상산을 연상케 만드는 괴상한 동심원들 속에서 그리고 기울어지고, 한쪽으로 빠져나갈 듯 미끄러지는 또 다른 선들이 만들어 내는 복잡한 지형 속에서 그것은 마치 군데군데 농가진에 감염된 것처럼 곪아 있었고, 또 다른 곳은 고삐가 풀린 것처럼 완전한 야생 구역으로 존재하기도 했으며, 그러다 소용돌이와 만곡의 출현으로 급격히 지세를 바꾸기도 하고, 종말의 공포에 떨기도 했으며, 돌아오지 못할 아주 먼 곳에서 길을 잃기도 했다. 그리고 반점들, 어디서 생겨났는지 알 수 없으나 아마도 파리는 아니라고 추정되는 그것들은 그 기원을 짐작할 수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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