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지글러의 흑사병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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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병(페스트)는 전 유럽 인구의 1/3내지 1/4가 사망한 끔찍한 전염병이다. 흔히들 흑사병의 이름의 유래가 피해자의 썩어가는 살덩이가 죽기 얼마 전부터 검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전염병 당시에는 그런 이름으로 통용되지 않았다. 다양한 이름의 유래를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았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원래 라틴어인 페스티스 아트라(pestis atra) 또는 아트라 모르스(atra mors)를 영어나 스칸디나비아어로 곧이곧대로 직역했다는 것이다. 14세기에 ‘아트라’는 ‘검은’이라는 의미 외에도 ‘지독한’이나 ‘무서운’이라는 의미를 함축했는데, 한번 그렇게 해석하자, 그 후에는 ‘검은색’과 ‘죽음’을 연상시킬 만한 모든 이유가 동원되고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흑사병하면 유럽이 연상된다. 하지만 책에서는 흑사병의 유입 경로의 출발점을 중국, 즉 아시아로 보고 있다. 동양에서 유럽으로 향료와 실크가 교역되던 주요 무역로를 따라 흑사병이 발발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두고, 동양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중세인에게는 이런 규모의 엄청난 전염병에 대한 방비(사회적, 의학적, 또는 심리학적)가 없었다는 것이다. 중세인들은 재난 앞에서 당황했고, 경악하며 무기력했다. 그렇다면 과연 흑사병은 단지 지독하고 잔인한 전염병일 뿐이었을까? 의학적 관점에서 흑사병은 대규모의 사상자를 낳은 전염병이다. 하지만 여기에 조금이라도 역사적 관점을 첨가한다면 흑사병이 현재 우리에게 끼친 영향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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