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론] 사랑꾼, 백석
- 최초 등록일
- 2019.11.24
- 최종 저작일
- 20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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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백석(본명 백기행)은 그의 시만큼이나 잘생긴 외모로도 유명하다. ‘모던보이’로 잘 알려진 만큼, 우리가 교과서에서나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만나는 그는 훤칠한 외모에 이마를 훤히 드러낸 채 눈을 빛내고 있다. 얼핏 배우 신성록을 닮은 듯 보이기도 한다. 그의 그 잘생긴 외모와 모던보이로서의 패션 감각, 시인․소설가로서 경성을 주름잡으며 여러 ‘모던 걸’들을 울렸으리라 어렵지 않게 예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사랑꾼 백석이 사랑한, 그의 시에 그려진 여성은 오직 두 명 뿐이다. 바로, 박경련과 김자야이다.
첫 만남은 그가 조선일보 교정부 기자로 근무할 때였다. 1933년 5월, 그의 친구였던 허준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그 잔인한 운명이 시작된다. 박경련은 허준의 신부였던 신순영의 언니의 통영학교 제자였다. 뭇 여성들의 눈길을 한 몸에 받고 있던 백석은 운명처럼 통영에서 온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린다. 그녀에 대한 그의 사랑이 얼마나 진실되고 깊은 것이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그의 이후 작품들로 미루어 추측해볼 뿐이다.
녯날엔 통제사가 있었다는 낡은 항구의 처녀들에겐 아직 녯날이 가지 않은 천희라는 이름이 많다
미역오리 같이 말라서 굴껍질처럼 말없이 죽는다는
이 천희의 하나를 나는 어느 오랜 객주집의 생선가시가 있는 마루방에서 만났다
저문 유월의 바닷가에선 조개도 울을 저녁 소라발등이 불그레한 마당에 김냄새 나는 비가 나렸다
-「통영」(1935.12.) 전문
이 작품은 백석이 같은 해 유월 통영에 다녀와서 쓴 작품이다. ‘천희’는 통영을 포함한 경상도 지역에서 ‘처녀’를 부르는 말로, 아마 박경련을 나타내는 시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김냄새’처럼 강렬했던 그녀의 인상, 그러나 ‘비’처럼 둘의 운명은 비극적일 것이지만 백석의 얼굴은 아마 ‘소라발등’처럼 불그레해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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