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된 사랑,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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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미오와 줄리엣(96년작)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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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현대의 로맨스 서사물에서 가장 많이 재생산되는 고전은 두 가지를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답할 수 있다. 샤를페로의 「신데렐라」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것이다. 전자가 동화라는 장르상 다분히 판타지적인 요소를 내재하고 있다면, 후자는 후대의 재생산을 통해 끝없이 ‘판타지화(化)’된다. 작품 속의 ‘금지된 사랑’이라는 모티브는 시대가 지나면서 원수의 자식에서 출생의 비밀과 불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금지된 관계로 재탄생하지만, 사실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고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는 원형의 뼈대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물랑루즈>, <위대한 개츠비> 등을 연출한 영화감독 바즈 루어만의 <로미오와 줄리엣> 역시도 얼핏 보면 금기된 사랑이라는 모티브 아래, 원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화처럼 보인다. 거대한 예수상 위로 헬기가 날아다니고 주유소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는 영화 초반부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할지 기대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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