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를 껴안고 발제
- 최초 등록일
- 2015.10.23
- 최종 저작일
- 20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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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4장 패전 문화
2. 정복자에 대한 봉사
3. ‘버터플라이’, ‘온리’ 그리고 반항적인 여성들
4. 암시장 기업 정신
5. 가스토리 문화
6. 타락과 진정성
7. 결혼 생활
본문내용
대다수의 일본인이 피로간과 절망을 넘어서서 다양하고도 재기 넘치는 방식으로 스스로의 삶을 재구성하는 모습은 인간의 회복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 주는 훌륭한 예일 것이다. 어떤 이들은 며칠 만에 심리적 ‘교다쓰’ 상태에서 벗어났다. 물론 끝내 극복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항복을 알리는 천황의 쇳소리가 전파를 탄 순간부터 해방감과 새로운 기회에 대한 기대감이 일본인들의 가슴을 채웠다. 수백만 일본인들은 이제 국가의 지령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설계한다는 것이 어떤 것일지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한 평론가는 이때를 회상하면서 사회 안에 갑자기 새로운 ‘공간’이 생겨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이 달라졌으며, 그들이 처한 환경도 달라졌다. 이례적인 유동성과 자유, 그리고 개방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환경에서 스스로의 삶을 다시 만들어 나아가야 함을 사람들은 절실하게 깨닫고 있었다.
비록 도처에 냉소적 기회주의가 똬리를 틀고 있었지만, 새로운 기회는 찾을 수 없었다. 군국주의자들 밑에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일을 실행하고 말하고 생각할 기회가 사회에 널리 퍼져 있었다. 점령 또한 점령 초기에 국한해서 보면 예전의 지배층이 행사하던 위압적 지배를 파괴해 버리기에 충분했다. 대중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이란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개인의 자율이라는 관점에서 재검토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이데올로그들이 ‘하나의 마음 같은 1억의 마음(一億一心)’을 열에 들떠 논했을 때, 일본의 적들은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 전쟁 중에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은 일본 인종의 자화자찬을 바탕으로 하여 일본인은 세뇌된 로봇 같은 존재라는 인종주의적 편견을 강화했다. 하지만 패전 결과 초국가주의적 사상 주입도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나자 모두가 놀라워했다. 나라에 대한 사랑은 변함없었지만 맹목적 광신과 몰개성적 추종은 사라졌다. 당시 일본인들이 권위주의 국가의 붕괴에 얼마나 안도했는지 등은 그들의 행동과 말에서 드러났다.
참고 자료
존다우어, 『패배를 껴안고』, 민음사, p.145, p.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