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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윤동주라 하면 일제 강점기 말기를 대표하는 시인으로서 저항적 민족주의를 호명되는 경향이 있다. 윤동주의 시의 내용은 서정적이고 내향적임에도 불구하고, 해방 직전에 옥사했다는 그의 비극적인 생애사는 ‘민족주의’로부터의 하향식 해석을 하는 연구의 흐름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였다. 하지만 ‘저항적 민족주의’라는 기표는 윤동주의 시세계를 이해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학계에서도 더 다양한 주제를 중심으로 윤동주 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선행연구들의 성과 역시 주목할 만하지만, 본고에서는 윤동주의 시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자아 성찰’이라는 주제를 더욱 부각시키고자 한다. 그의 시에서는 자아 성찰의 코드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은 윤동주에 대해 어떠한 관점을 취하든 동의할 수밖에 없는 내용일 것이다. 윤동주 시의 자아성찰과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목차
1. 서론
2. 참 사랑의 상징화: ‘사랑’은 ‘뱀’과 함께
3. 증상처럼 출몰하는 실재의 '나'(ideal ego)
4. 세계 인식을 통한 새로운 '나'의 상징화
5. 참 사랑의 실현 가능성 천명
6. 맺음말
본문내용
첫째, 왜 윤동주는 자아성찰에 천착하였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서시」를 살펴보는 것이 유용하다. 잘 알려져 있듯, 「서시」는 윤동주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작이다. 또한 윤동주는 원래 제목으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대신에 『병원』이라는 이름을 붙이고자 하였으나 「서시」 완성 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제목으로 명명을 바꾸었다고 전해진다. 따라서 「서시」는 그의 시세계에서 가장 완성된 형태의 자아인식을 보일 것이라 추론해볼 수 있다. 「서시」의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는 시행에서 드러나듯, 그의 최종 목적지는 ‘사랑’이다. 그는 적극적으로 일제에 저항을 했다기보다는 어려운 시대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자신의 존재와 타인의 존재를 사랑하고자 한 것이다. 그의 모든 시 쓰기 행위의 종착점은 ‘사랑’이 되고, 따라서 자아성찰의 목적은 ‘참 사랑'이다.
자아성찰의 목적이 ‘참 사랑’이라는 주장은 다소 파격적일 수 있다. 참 사랑과 자아성찰의 관계는 Kohut의 이론에 의해 구체적으로 고찰해볼 수 있다. Kohut은 이중 축 자기 이론을 통해 인간은 ‘자기-사랑의 축’과 ‘타자-사랑의 축’에 리비도를 투여하는 존재로 설명될 수 있다고 보았다. ‘자기 사랑의 축’에 리비도를 투여한다는 의미는 ‘나와 나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는 것’이 되며, ‘타자 사랑의 축’은 ‘나와 타인의 관계에 대한 성찰 혹은 나와 타인의 관계 맺음’으로 번역 가능하다. 그는 두 축이 독립적이면서도 상호 영향 관계에 있다고 보았다. 즉, 진정한 ‘사랑’은 ‘나’와 ‘나’와의 관계와 ‘나’와 ‘세계’와의 관계에 대한 성찰이 상호 보완적으로 동시에 이루어짐으로써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Kohut의 이론은 자기-사랑과 타자-사랑은 변증법적 관계에 있음을 의도한 것이라 해석된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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