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여성학] 낙태: 여성 대 태아의 대립구도를 넘어 재생산권의 구성

소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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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낙태 관련 법현실
1.1. 사문화(死文化)된 형법상의 낙태금지규정
1.2. 형법상 낙태규정과 모자보건법의 문제점
1.2.1. 형법상 낙태죄의 문제점
1.2.2. 모자보건법의 문제점
1.3. 낙태문제의 해결을 위한 새로운 법제의 필요성

2. 낙태에 관한 기존의 담론지형
2.1. 미국의 낙태 찬반 논쟁
2.2. 산모의 선택권과 태아의 생명권의 대립
2.2.1. 프라이버시권과 성적자기결정권을 중심으로 한 산모의 선택권
2.2.2. 태아의 생명권
2.3. ‘산모의 선택권 vs 태아의 생명권’ 대립구도의 문제점

3. ‘여성 vs 태아’의 구도를 넘어: ‘강요된’ ‘선택’으로서 낙태
3.1. ‘여성 vs 태아’의 구도가 놓치고 있는 것들
3.2. 여성이 처한 현실을 드러내기
3.3. 새로운 대안을 위해

4. 대안적 법리로서 재생산권의 구성
4.1. 재생산권의 개념과 의의
4.2. 재생산권의 법적 보장
4.3. 나가며

본문내용

1.2. 형법상 낙태규정과 모자보건법의 문제점
앞서 살펴본 대로 형법에 의한 금지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우리나라는 낙태를 할 수 있는 여지가 비교적 넓게 열려 있는 듯이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낙태반대주의자들은 여성들이 이미 낙태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고 있으며, 치밀하지 못한 법규정을 그나마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낙태수술이 증가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보다 엄격한 낙태금지규정을 둘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김일수, “낙태와 살인의 한계-모자보건법 개정안의 모색”, 낙태반대운동연합 주최 제11회 세미나 주제발표논문, 2000.
그러나 형법의 낙태관련 규정이 규범력을 상실한 이유는 그것을 관철하려는 법적인 의지가 부족해서라기보다는 법 자체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성차별적인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1.2.1. 형법상 낙태죄의 문제점
먼저 형법의 낙태규정을 보면 범죄의 주체가 임신한 부녀에 국한되어 있다. 성관계시의 피임과 임신․출산․양육은 여남 모두에게 그 책임을 인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의 여남간 권력차를 감안해보면 오히려 남성에게 더욱 큰 의무를 부과할 만 함에도 불구하고- 낙태를 했을 때의 죄책은 여성에게만 지우고 있다. 이러한 규정 방식은 임신과 출산, 양육과 피임 모두가 여성만의 의무라는 생각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또한 모자보건법에서 규정한 합법적인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형법과 모자보건법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성편향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또한 형법상 낙태죄는 기본적으로, 임신한 여성이 처하게 되는 사회적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낙태의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시켜버린다. ‘낙태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이 처한 다양한 상황을 무시하고 범죄로 규정함으로써 낙태에 따른 신체적․정신적 고통은 물론 범죄자로서의 책임까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불법낙태이기 때문에 의료보험의 혜택도 받을 수가 없으며, 음성화된 불완전한 낙태시술은 임부의 생명과 신체를 심각하게 위협한다. 매년 전세계적으로 7만여명의 임부들이 무면허 낙태 시술 때문에 사망한다고 한다.

참고 자료

- 김일수, 〈낙태와 살인의 한계-모자보건법 개정안의 모색〉, 낙태반대운동연합 주최 제11 회 세미나 주제발표논문, 2000.
- 박숙자, 〈여성의 낙태 선택권과 입법과제 연구〉, 《한국여성학》 제17권 2호, 한국여성학, 2001.
- 배은경, 〈가족계획사업과 여성의 몸〉, 미발표 논문.
- 오정진, 〈법에 나타난 낙태문제〉,《여성과 사회》 제8호, 서울:한국여성연구회, 1997.
- 이숙경, 〈낙태, 선택할 권리 없는 딜레마, 미혼여성의 낙태경험을 중심으로〉, 2002년 제주인권학술회의 발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