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 금기의 벽 위에 그려 넣은 탈주선-'노랑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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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1.
영화가 하나의 문화로, 또는 상품으로 선보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에 민감할 필요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性'에 대한 표현 영역이다. 영화는 대량 복제가 가능하다는 점, 불특정 다수가 한 자리에 모여서 함께 경험할 수 있다는 점, 무엇보다도 빠른 속도로 많은 대중에게 전파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정 지역의 특정 가치관과 맺는 관계는 예민할 수밖에 없다. 영화적 창조 욕구는 항상 당시대의 사회적 가치관과 첨예한 갈등을 빚어냈고 이러한 갈등 구조가 그대로 그 시대의 도덕적 속성을 드러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신문, 잡지, 사진 등과 더불어 영화는 그 자체의 대량 복제 가능성으로 인해 전통적인 영역을 끊임없이 해체한다. 이에 따라 영화는 '금기'라는 두터운 벽 앞에서 예리한 칼날을 휘두를 때가 많아진다.
금기란 무엇인가. 영화 [노랑머리]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이 낯익고 서투른 질문을 또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다. 가족과 부족과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질서체계를 세워야 하는데 이때 모든 구성원들의 육체와 내면을 규율화하는 것이 금기의 기능 이다. 금기는 인간이 쌓아 올린 '문명'의 거대한 그림자인 바, 은폐하고 배제하고 싶은 어두운 '욕망'을 억압하고자 한다. 특히 유교적 가족 담론이 뿌리 깊은 우리 나라 같은 경우에는 '性'에 대한 억압이 기존 질서를 지키는 데 최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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