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즈 루어만, 프랑코 제피렐리, 그리고 오태석이 재해석한 『로미오와 줄리엣』에 드러나는 셰익스피어의 현재성

목차

1. 들어가며
2. 시대에 충실한 낭만적 각색과 시대를 넘나드는 괴상한 진정성
3. 젠더(gender)와 인종적 현대성
4. 갱스터적 배경과 어떤 집단의식
5. 나가며

본문내용

1. 들어가며

비록 셰익스피어 4대 비극에 포함되지는 않으나, 인기로 따지자면 네 작품을 크게 압도하는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은 연극으로도 무수히 무대에 올려졌을 뿐 아니라 영화로도 재차 만들어졌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을 소재로 한 멜로영화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는 아름답고 젊은 두 남녀의 절대적인 사랑,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집안의 반목, 그들을 돕는 조력자들, 결투, 속임수와 계획, 비극적인 결말, 궁극적인 화해에 이르기까지 대중을 끌어당길 매력적인 요소는 모두 갖추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대본을 토대로 하여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제목으로 제작된 영화 중 제대로 주목을 받은 영화는 그리 많지 않다. 그중 가장 유명한 두 작품은 아마도 다음 두 작품일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 되는 이탈리아 출생 감독인 프랑코 제피렐리(Franco Zeffirelli)가 1968년에 찍은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1996년,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영화감독 바즈 루어만(Baz Luhrmann)이 연출한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들이다. 이 두 작품은 16세기 연극무대를 위한 작품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20세기 관객을 대상으로 한 영화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또한 두 작품이 판이하게 달라 28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몸소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최대한 원작에 충실하게 구현해 낸 제피렐리의 영화에 비해 루어만의 영화는 젠더와 인종, 시대성에 있어서 훨씬 현대적인 재해석을 해냈다. 나아가 연극 연출자인 오태석은 유럽이 아닌 아시아의 한 나라인 한국에서, 셰익스피어의 초월적인 작품에 지역성을 입혀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이 에세이는 루어만과 제피렐리의 영화들, 그리고 오태석의 연극까지 세 작품을 통해, 셰익스피어의 이 오래된 작품이 어떻게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소비될 수 있는지, 즉 이 작품 안에 내재된 현재성을 각각의 연출자들이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했는지를 살펴본다.

참고 자료

Shakespeare, William. Romeo and Juliet. New York: Oxford UP, 2008. P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