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희의 그림자밟기 비평
- 최초 등록일
- 2014.07.13
- 최종 저작일
- 2009.10
- 15페이지/ 한컴오피스
- 가격 1,500원
목차
1) 소설의 시공간
2) 그녀들의 말하기
3) 그림자-주체와 타자 사이의 아슬아슬한 곡예타기
4) 인물간의 관계 분석-경옥의 가족, 민수
5) 그 외 인물들의 분석
본문내용
<그림자밟기>는 해가 지고 저녁이 찾아오는 바로 그 경계의 시간에서 시작한다. 소설을 여는 첫 번째 단어는 '석간신문'이며, 같은 문장에 '초저녁'이라는 단어까지 있어서 작가는 소설이 초저녁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아주 노골적으로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림자밟기> 뿐만 아니라 오정희의 대다수 소설은 공통적으로 낮과 밤이 교차되는 그 시간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주인공은 언제나 초저녁에 혼자 고독히 있으면서 정적과 어둠이 그녀의 주위를 에워싸는 동안에 조용히 사색에 빠져들고 있다. 오정희의 인물들에게 초저녁의 시간은 삶에 대한 각성이 찾아오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밝음에서 어둠으로 옮아가는 불분명한 시간이며, 그 불분명함과 모호함은 익숙하던 세계를 낮 설게 느껴지게 만드는 섬뜩함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그런데 낯설음이란 근본적으로 친숙한 일상의 무대장치, 조명, 혹은 바라보는 시각의 돌변한 변화로 초래되는 것이며, 그래서 평소 낯익고 가까웠던 존재가 돌연 멀리 놓여 보이는 현상이기도 하다.
<중 략>
소설의 도입부는 지진으로 시작하고 있으며 이는 주인공 경옥의 하루가 '비일상적'이 될 것임을, 평범한 가정주부인 그녀의 삶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지진은 대지의 흔들림, 즉 우리 삶의 기반이 흔들린다는 것이며 따라서 이는 소설 속의 경옥의 존재론적 위기가 시작되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지진이 '내부의 들끓는 불꽃'의 표출임을 상기해볼 때 우리는 경옥의 실존적인 위기가 비단 그녀의 하루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 내부에 계속해서 잠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품 속에서 대지와 지구는 여성의 상징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아이들에게 지진에 대해 설명하는 경옥의 말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원래 하나였던 땅덩어리가 지진 운동으로 인해 과자처럼 쪼개졌단다."' 라는 경옥의 말은 역사적으로 남성중심의 사회가 여성에 대한 규격화된 이미지를 끊임없이 반복해 왔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참고 자료
없음